2007년, 東京一人暮らし의 기억
결심하다
2007년,
나는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일본으로 떠났다.
전공 무관, 진로 무관이었던 일본어를 취미로 공부하고 있었고, 언어 공부가 그렇듯이 배우다 보니 실전 활용을 해보고 싶었다. 몇 차례 여행을 가 봤지만 편리한 나라 일본은 관광객이 입을 열지 않고도 웬만한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자동화가 되어 있거나 심지어 대도시의 중심지에는 한국어 표지판까지 있을 정도여서 일부러 말을 걸어야 겨우 일본말을 쓸 수 있었다.
생활을 해보고 싶어졌다. 현지인들도 사귀고, 혼자 생활도 해보고, 문화 체험도 하면서 글로 배워 내 안에만 맴도는 일본어를 소통의 수단으로 꺼내 보고 싶었다.
3개월, 一人暮らし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극히 상대적인 시간. 나는 무엇보다 그 3개월을 살뜰하게 채우고 싶었다. 1. 짧은 시간이어도 정착의 생활을 원했기 때문에 거주지는 한 곳으로 정했고, 2. 한 곳에 머물면서 여행만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학교에 등록했다. 3. 그러나 나는 어학연수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 수업 이외의 시간은 여지없이 여행 혹은 문화 체험의 시간으로 채우기로 계획했다. 그렇게 계획하고 나는 일본으로 떠났다. 그래서 나는 그때 내가 떠난 그것을 일컫는 단어를 찾는 것이 조금 애매했다. 그것은 여행이라 부르기도, 연수라고 부르기도 뭔가 조금씩 부족하거나 넘쳐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것을 一人暮らし(혼자살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
후에 일본에 있는 동안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수없이 받은 질문, '왜 일본에 왔어? 여행? 연수? 일본어를 전공했어? 이쪽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앞으로 일본 관련 일을 할거야?' 그 어느것에도 예스를 말할 수 없었던 나의 대답. '그냥 일본어가 재밌었고, 배운 걸 좀 써먹어 보고 싶어서.' '그런데 왜 3개월이야?' 반복되는 질문과 내 대답을 듣는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의 케이스가 '속할 곳이 별로 없는 부류'에 있음을 알았다. 특히 어학교를 다녔으므로 그 속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어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전문학교 입학을 위한 어학연수의 과정이거나, 일본 관련 업무를 위해 어학능력을 쌓기 위한 목적이거나,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 3개월은 짧은 시간이 되기도, 긴 시간이 되기도 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만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때때로 생각하기 나름이기도 했다.
공백의 의미
그런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특히 학생 신분도 아닌 사회인의 신분으로, 전공과도 진로와도 무관한 나라로 떠나기 위해 그 나이에 3개월의 공백을 갖겠다는 것이 어머니에겐 더더욱 뜬금없는 선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인식 속에서 사회인에게 시간적 공백은 실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인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나에게는 그것이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녀와서 더욱 확실해졌다. 문제는 공백의 시간이 가지는 숫자가 아니었다. 정말 문제로 인지해야 할 것은 그 공백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웠느냐 하는 것이었다. 1개월이든 1년이든 공백의 시간동안 무얼 하며 보냈는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서의 공백은 어딘가에서의 채움의 시간이 된다. 그것은 곧 거꾸로 내가 떠나는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든 열흘이든 1년이든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내게 주어진 3개월이 길건 짧건 중요하지 않았다. 눈앞에 놓인 3개월이라는 시간은 내게 너무 귀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살뜰하고 싶었다.
철저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
떠나기 전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살아보니,
살면서 철저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란 쉽지가 않더라. 3개월 동안 오로지 너의 시간에 충실히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고 와라."
나는 든든해진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충실한 시간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맑고 밝게 반짝거리는 황금 같은 시간으로 새겨 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지만 내 가슴 한켠에서 늘 반짝이며 나를 밝혀주는, 아직 살아 있는 시간이다.
살면서 많은 것들이 지나고 나야 그때가 좋았던 것을 깨닫고는 하지만, 그때 그 시간은 매순간 행복을 느끼면서 살았던 이례적인 시간들이었다. 일상을 벗어나 떠난 곳에서 또다른 일상이 생겼다는 것도 재밌는 일이었다. 눈앞의 순간, 오직 서 있는 자리에 충실했던 시간. 살면서 그렇게 매 순간에 충실하면서 고단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이 또다시 있을까. 그 경험이 나를 단숨에 인생역전시키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안겨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끼며 사고할 수 있었던 많은 경험들은 내 안 곳곳에 스며들어 제법 단단하게 나를 지지해주는 힘이 되어 있었다.
- 2007년, 동경 一人暮らし의 기억과 기록
* 메인과 글에 담긴 사진은 동경 생활 중에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