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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엔 이가체프 May 22. 2016

뭉클한 밤


 오늘은 오랜만에 옛 동료들을 만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김없이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 언제나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속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 마음 속에서 몽글몽글 즐거움이 피어올랐다. 이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집에 돌아가면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와 웃음을 기록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선물에 가슴이 뭉클해져 그 단편을 따로 떼어 기록하기로 했다.


 오늘도 한 동료에게 책을 선물 받았다. 집에 돌아와 이제는 익숙한 절차처럼 책 사이에 가지런히 꽂아 둔 엽서를 들여다 본다. 이번에는 두 장의 엽서가 있었는데 한 장은 장자크 상페를 좋아하는 나를 배려한 상페 그림 엽서였고, 또 한 장은 이번에 출장 차 다녀 왔다던 동경대 사진이 담긴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의 정성은 언제나 커다란 선물이었으니까. 그리고 뒷면을 채운 그녀의 손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요즘 예기치 않게 버거운 일들이 많았는데 언제나처럼 샘이 전해주는 위로에 큰 힘을 얻고 있어요. 항상 고마워요.

우리 예전에 이대 앞 티앙팡에서 차 마셨을 때 샘이 일본 이야기 들려줬던 거 기억나요...? 저는 그때의 기억이 참 좋게 남아 있어요. 샘의 빛나는 한 순간을 공유한 느낌. 좀 거창하지만 이토록 자기 생을 소중히 가꿔 나가는 한 사람을 가까이 알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엽서 한 장 쓰면서 제가 주책맞게 말이 길어졌네요.)

샘과 이야기 나눌 때면 다 읽어버리는 게 아까운 책을 한 페이지씩 공들여 넘기는 기분이 들어요. 제 인생의 책이 되어주는 샘, 늘 고맙습니다...!
...


 어쩜 이리도 따뜻할까.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매번 나를 감동시키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이렇게 뭉클한지. 많이 부족한 나를 향해 늘 이렇게 커다란 마음을 챙겨주는 그 결 고운 마음씨가 고스란히 편지 글에 담겨와서, 가슴에 핑 도는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기록하고 싶었다.







* 메인 사진은 여행 중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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