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의 가치를 알려주는 그녀
가족이라는 것. 공동체라는 것.
그건 그저 함께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어찌 보면 이 간단한 깨달음은 울집 네발 식구를 보면서 배운 것이다.
모두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 식탁 옆으로 온다.
자신이 먹는 음식이 식탁에 오르면 달라고 예쁘게 앉아서 눈을 반짝이며 한없이 쳐다보고 중간중간 코로 쿡쿡 찌른다. 자신이 먹는 음식이 없으면 러그 위에 옆으로 누워서 잔다. 자기 쿠션 침대가 있는데도 굳이 와서 옆에서 잠을 청한다. 가끔은 식탁 아래에 들어가서 가만히 엎드려 있는다. 모두 TV 앞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거나 한국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모두가 보이는 곳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옆에 있어주기도 한다.
엄마가 뒷마당에 나가 뒷밭에서 일을 하면 같이 뒷마당에 나가서 경비를 선다. 다람쥐를 따라 덤벙덤벙 뛰기도 하고, 담장 너머의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짖기도 하고, 데크 위에 누워서 햇빛을 쬐기도 한다. 엄마가 들어오면 같이 들어온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아주 드물게 혼자서 나가서 있기도 한다. 누군가 다시 나올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아빠를 따라 산보를 간다. 토론토 시의 여러 공원을 다니는데, 대부분은 목줄을 풀어도 되는 구역이 있는 공원에 간다. 다른 개들과 함께 뛰기도 하고, 혼자서 자유롭게 즐기기도 한다. 산보를 다녀온 후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나가기 전과 공원에서는 아빠에게 딱 붙어있다. 멀리 가더라도 목줄에 달린 클립을 딸깍딸깍 튕기면 바로 달려온다. 함께 다니기 위한 무언의 규칙을 잘 아는 것 같다.
내가 혼자 랩탑으로 작업을 하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으면 아무 이유 없이 옆에 와서 있기도 한다. 그저 보이는 곳에 엎드려서 자는 것이 전부인데도 나와 같이 있고 싶어서 왔다는 것에 따뜻한 포근함을 느낀다. 자신이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달라거나 간식을 달라거나 하는 요청을 눈빛과 몸짓으로 표현하는데,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특하고 고맙다. 나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이 기특하고, 요청할 수 있는 사람으로 믿어주는 것이 고맙다. 더 자주 찾도록 활용도를 높여줘야겠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