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이름의 흔하지 않은 시추에이션
내 이름은 아주 흔한 이름이라 어딜 가던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내 나이에 유독 많았던 건지 중학교 3학년 땐 같은 이름을 가진 학생이 6명이나 더 있었다. 심지어 그중에 성까지 같은 친구와 한 반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난 내 이름이 온전히 내 것 같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누군가 날 부르면 몸은 반사적으로 움직이는데 마음은 어딘가 멈칫거리게 된다고 해야 할까?
내 이름은 맞는데 부르는 대상이 정말 나인지 의문스러워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내 안 어디선가 멈칫하는 나 자신을 보는 또 다른 내가 의아해했다.
'넌 왜 니 이름을 어색해해?'
분명 몇 백만 번 이상 불린 이름일 텐데...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나도 나 자신을 알 수가 없다.
한글 이름을 영어로 바꿔서 써도 내 이름은 희소성이 낮다.
나의 이 흔한 이름은 모든 언어권에 존재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 세상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만들면 가장 촘촘하게 연결될 이름 중에 하나일 거다. 아니면 가장 골고루 잘 퍼저있거나.
최근 이런 나의 이름 이야기에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개가 친한 지인의 집에 입양을 오게 된 거다. 밝은 갈색의 래브라두들인 그녀는 몹시 사랑스러운 대형견인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지인의 집이 네 번째 집이라고 한다.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불리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우리는 동명이체?가 되었다.
지인과 함께 그녀를 데리고 산책을 가게 되었는데 이름에 반응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그녀는 멈추라는 말은 잘 듣고 그 외의 다른 지시는 못 들은 척했다. 다른 사람들과 개들에게 인사하고 싶어 했고,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면 기분 나쁨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했다. 그녀의 행동에 지인이 칭찬하기도 하고 훈육을 하기도 했는데 왠지 귀 기울여 듣게 된다. 같은 이름을 가진 개를 만난 것은 처음이라 마치 누군가 마법을 부려서 내가 큰 개가 된 것 같은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영어는 관계나 상황에 따른 다른 호칭이 거의 없이 이름만 사용해서 그런지 영어버전의 이름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자아분열을 간접 경험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