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가 아니라 눈송이 내리는 봄
토론토에서는 매년 겪는 일이었다.
모든 이들이 반기는 푸르른 4월의 봄에 꼭 한번 눈이 펄펄 내리는데, 마치 겨울이 다시 온 듯이 온 세상을 눈으로 덮지만 겨우 24시간도 안돼서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겨울이 마지막 인사를 하듯 내리는 그 4월의 눈을 오랜만에 토론토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몇 년 간은 토론토도 많이 춥지 않아서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 들었다. 열대기후가 되려는 한국처럼 토론토도 이제 따뜻해지는 건가 싶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예전처럼 눈이 내려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부숴버렸다. 토론토를 처음 만난 1999년도처럼 도로 옆으로 눈 담도 쌓아지고, 3박 4일 동안 눈이 오기도 하고, 1차선 트럭을 선두로 치워지는 눈을 이어받는 구조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행렬도 많았다고 한다.
겨울 내내 내리는 눈을 치우고 또 치우면 커다란 주차장에는 주차 구역 4칸 정도의 작은 눈산이 생긴다. 녹아내리면서 흙 섞인 눈인지 얼음인지 알 수 없는 엉겨 붙은 모양새가 되어 봄 동안에 계속 조금씩 녹아내린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리는 흉흉한 모습으로 녹는 눈산은 겨울이 나도 여기 있었다고 구시렁거리는 못생긴 미련덩어리 같았다. 봄과 어울리지 않는 그 눈산을 보면서 사람들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녹고 있냐며 한 마디씩 했다.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마도 지겨웠던 길고 긴 겨울을 떠오르게 하는 그 눈산이 밉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약간의 아쉬움과 그리움도 같이 느낀다. 몰래.
올해는 한국에도 4월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벚꽃을 눈이 감싸고 있는 모습은 절경이었다. 벚꽃과 눈이라니!
작년에는 벚꽃 구경 가면서 반팔을 입을 정도로 더웠었는데 눈 내린 벚꽃이라니 의아하다. AI에게 시켜 만들법한 이미지인데 실사라니 눈 내린 푸른 잔디를 보는 일이 익숙한 나에게도 쉽게 인지가 되지 않는다.
기후 위기를 목청껏 외치던 과학자들이 조용해진 이유가 이미 늦어서 그렇다더니 그 얘기가 맞나 보다.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재난 수준의 날씨이야기를 계속 뉴스에서 접하니 고작 사람들 감성을 건드리는 정도인 4월에 내리는 눈은 이제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