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쓰레기장 찾기

신규교사는 아는 것이 없다

by 토스카니니

압축쓰레기통은 드럼통처럼 생겼다.


교실 쓰레기통, 밀대 등의 청소용품을 교사가 직접 구매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환경예산비 8만 원, 새 학기 시작에 카탈로그를 보고 신청하면 그때부터 내 교실에 쓰레기통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도 전에 교실을 사용하던 선생님이 쓰레기통, 빗자루 등은 쓰던 교실에 놓고 이사를 나가기도 하는데, 압축쓰레기통을 처음 본 신규교사는 이것이 쓰레기통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교대를 4년 다니고 임용고시를 통과한 신규교사가 쓰레기에 관해 아는 것은 무엇일까. 실과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환경표지의 이름과 발급기관, 음식쓰레기로 분류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학교에서 주로 어떤 쓰레기통을 사용하는지, 그 쓰레기통을 누가 사서 교실에 비치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교직사회는 수평적인 문화를 띄고 있다고 한다. 교사에게는 상사의 개념이 애매하다. 물론 교감, 교장이 있고 여러 부장님들이 계시지만 내 직속 상사가 누구일까 생각하면 답하기 어렵다. 상사가 없다는 것은 신규교사에게 업무를 알려줄 책임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임용에 합격하면 각 소속 교육청에서 신규연수를 진행하는데 이 연수란 것이 정말 형식적이다. 올해 경기교육청의 실시간 연수가 진행되던 시기는 내가 발령받은 학교의 전 직원 출근일과 겹쳤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신규연수와 발령받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회의가 같은 시간에 진행되었다.


신규는 신규연수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 회의에 참석하고 바로 새 학기 준비를 시작한다. 교실을 환기하고 쓸고 닦고 청소를 한다. 시간표를 뽑고, 코팅하고, 오리고, 붙인다. 텅 빈 교실을 채울 물품들을 주문한다.

물품들이 도착하고 물품을 뜯는다. 그러다가 의문이 생긴다. 우리 학교의 쓰레기장은 어디에 있지?


이때 신규는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1. 내 교실에만 없는 스피커를 받으러 찾아간 부장 선생님.

2. 나이스 인증서 발급을 물어보려 찾아간 선생님.

3. 옆 반 선생님.


옆반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바빠 보이는 옆반 선생님은 이미 여러 질문을 하는 신규가 귀찮은 눈치다. 이때 스피커를 받으러 부장 선생님을 찾아갔다가 대화 중에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장에 버리면 된다는 말이 나왔다. 이때를 기회삼아 부장님에게 "우리 학교 쓰레기장은 혹시 어디에 있나요?" 물어보지만 그런 것은 옆반 선생님에게 물어보라는 얘기를 듣는다.


나이스 인증서 발급을 물어보기 위해 나이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나이스 선생님은 자기도 아직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며 다만 자기도 작년에 신규로 들어와서 처음에 서러운 것이 많아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기한테 많은 것을 물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3월 첫째 주가 지날 때까지 학교 쓰레기장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덕분에 쓰레기장 위치를 전수받는다.


교사커뮤니티에서 글을 읽다가 학교를 옮기고 나니 학교 쓰레기장 위치도 몰라서 힘들다는 내용을 보았다.

아, 나만 쓰레기장 위치를 몰라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올 한 해 교사로서 거듭나기 위해 알아나가야 하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학생들을 만나기도 전에 걱정만 쌓여가지 이 과정을 기록해 놓고 훗날에 보면 별 것 아니었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텅 빈 교실과 알아보지 못한 쓰레기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