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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Mar 20. 2021

여성이 먼저 다가가는 데이팅 앱, 범블 Bumble

선택받는 것, 구애받는 것, 사랑받는 것에 왜 여자들은 집착하나?

한국에는 아직 그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과 미국에선 틴더 (Tinder) 다음으로 유명한 데이팅 앱이 있습니다. 바로 범블 (Bumble)입니다. 


범블은 다른 데이팅 앱과는 다르게 '여성'만이 먼저 남성에게 첫 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범블 사용자는 아니지만 이런 앱의 구동방식과 설립자의 철학, 신념 때문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참 많은 회사인데요. 항상 지원을 할 때마다 높은 경쟁률에 광탈을 했던 회사입니다. (^^;;) 


사진출처: TechCrunch


범블의 설립자이자 CEO 휘트니 울프 허드 (Whitney wolfe herd)는 대학시절 틴더를 공동 창립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틴더 공동 창립자로 인한 성희롱 문제로 법적 소송을 걸게 되었고, 결국 틴더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홀로 서기를 준비한 끝에 그녀가 내놓은 앱이 바로 '범블'이었던 것입니다. 


여자만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설계된 데이팅 앱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러한 앱의 구동 방식에 회의감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데이팅이나 연애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나요? 여성이 먼저 데이트를 시도했을 때보다 남성이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성공률이 높다는 사실을? 남성이 먼저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로 그 남성이 여성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므로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도 어차피 결과는 뻔하다는 것을? 애초에 이 남성이 내게 관심이 있었다면 진작에 데이트 신청을 했었을 것임을?

 



콜롬비아 출신인 제 플랫 메이트와 범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요. 오랜 기간 다양한 국가의 남성들과 연애를 해본 그녀는 국적불문 남성들이 먼저 다가오는 기존의 데이팅 방식에 대해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이는 것." 


라고 평가했습니다. 갑에 놓인다는 것이죠. 남성들은 여성의 맘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연락을 하고, 꽃을 사고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그런 남성들의 노력 안에서 여성들은 여유롭게 선택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달콤하게 들리는 이러한 기존의 방식은 여성에게 참으로 편안해 보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꼭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왜 휘트니가 여성이 먼저 다가가게 앱을 설계했는지, 뭔가 점차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1. 남성들이 나에게 잘해주는 건, 여성으로서 나의 존재가치와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 나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내게 구애를 한 적이 없던, 내 연인이 나에게 이별을 고한 적이 있던, 애인에게 배신당한 적이 있던, 내가 먼저 구애를 했다가 거절당했든 간에, 


이 모든 것은 인간으로서의 나의 존엄성과 가치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정말 많은 수의 여성들이 '내게 다가오는 남성' 또는 '내 연애 상대자의 연락 빈도, 잘해주는 방식'에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가치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남성이 나에게 다가오는가, 얼마나 많은 남성이 내게 다가오는가는 나의 기분을 잠깐 좋게 하는 요소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나의 행복과 존재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면, 나의 가치는 오로지 이 남성들에게 의존적이어서 언제든지 항상 변화하게 되는, 참으로 불안정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성들에게서 받는 메시지에서 심신의 안정을 얻기보다는, 먼저 내가 부딪히고 마음을 표현해보는 경험을 한번 하게 유도하는 것. 그것이 앱을 만든 이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 선택받는 입장에 놓인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선택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항상 선택받는 위치는 나로 하여금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성격과 유형의 사람에게 끌리는지, 생각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먼저 다가가는 입장에 놓이면, 주로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을 공략하게 돼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항상 받아주는 수동적인 입장이라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유형을 찾기란 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정말 누가 봐도 너무 빼어나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구애를 하는 여성일 경우, 고르기가 좀 더 쉬울 수 있겠죠. 그러나 그런 경우가 어디 흔하던가요?


다이어트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하면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야, 라는 생각은 여성 모두가 하지 않나요?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떤 막연한 좋은 사람이 나타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조건에서 사랑을 느끼는지, 

내가 사랑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은 무엇인지, 

내가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성격과 유형은 무엇인지, 


정말 확고한 틀을 가지고 그것에 부합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굳이 그걸 또 기다리기보다는 본인이 먼저 나서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도전과 실패는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는 원하는 대학에 지원했다가 실패도 해보고, 원하는 회사에 지원했다가 실패도 해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대학/회사를 다시는 지원하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데이팅만 전 세계를 막론하고 "남성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걸까요?   


휘트니는 이것을 바꾸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동적인 자세는 그것이 어떤 분야던 간에 나를 성공에서 멀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니까요. 데이팅에서도 여성이 먼저 도전해보고 실패도 해보는, 그런 경험에 익숙해지는 걸 의도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지 상관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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