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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Apr 03. 2020

영국 런던 페이스북
Product 디자이너와의 대화

제가 가장 불행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때는 바야흐로 2019년 11월 초 런던. 제가 한창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인터뷰를 보고 있을 때입니다. 


제가 스웨덴에서 영국으로 방향을 틀게 된 이유 중에는 과거 페이스북과의 작은 인연(?)도 있었는데요. 


2년 전인, 2018년 겨울, 스웨덴 스톡홀름 거주 당시비자를 한 달 남기고 연장을 위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러 군데 구직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영국 런던 지사의 Facebook product design internship을 안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넣었다가 

1차 합격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에 거주하거나 비자를 소유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해외학위도 없었고, 가진 거라곤 포트폴리오와 스웨덴 인턴십 경험들 밖에 없었는데 1차를 통과하고 인터뷰를 초대받았습니다. 


인터뷰 일정도 잡고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들떠있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몇 주 후에 갑자기 인터뷰가 취소되었어요. 

왜냐? 영국에 거주하거나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비자, 비자, 비자..! 그놈의 비자. 


그러나 페이스북 영국 런던 지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꿈같은 경험은 정말 어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누구나 하고 싶은 경험이기 때문에! 


영국에 그놈의 비자를 갖고 왔을 때도 다시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지원을 했고 또 1차 합격을 했죠. 근데 그때는 대학생을 위한 인턴십이었고 (전 당시 이미 졸업생라 이미 자격이 안됨) 저는 그냥 재미로 제 포트폴리오를 테스트(?) 하기 위해 넣어본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이미 지금 회사 잡 오퍼도 있고 해서 상호합의 하에 그다음 단계를 따로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영국에서 외국인으로 홀로 살아가면서, 같은 디자이너들과의 네트워킹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기도하고, 페이스북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일하는 지도 궁금했어요. 제가 영국 런던에 와있다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페이스북 디자이너를 직접 컨택을 해서, 커피를 마시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오피스에 초대받았고요! 


제가 만난 디자이너는 필리핀계 캐나다인 Facebook lead product designer (앞으로 A라고 하겠습니다)입니다. 


당시 페이스북 오피스도 구경시켜주고,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피드백도 받고, 어떻게 캐나다에서 영국으로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페이스북에 일하게 되었고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정말 광범위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영국에 오게 된 계기들을 이야기했었는데, 참으로 억울한 마음으로 비자 때문에 인터뷰가 취소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디자이너도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더군요! (세상에.) 



A는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미국 본사 Facebook product design internship을 합격했고, 인턴십도 좋은 성적으로 마쳐서 미국 본사 정규직 디자이너 잡 오퍼를 받았습니다. 


모든 인턴을 둘러 앉히고 하나하나 계약서에 사인을 막 하려는 순간, 갑자기 자신 혼자 외국인이라는 걸 안 A가


"나는 캐나다인이라서 비자가 필요할지 모르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 


라고 물어보자 갑자기 HR이 패닉에 빠졌고, 그때부터 비자 문제를 알아보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큰 회사가 기본적인 실수를 하다니 안 믿기죠? 그런데 저도 영국 런던에 거주하지도 않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학생만 할 수 있는 페이스북 디자인 인턴십 1차 두 번이나 합격한 거 보면.. ㅎㅎ 

그런데 영국에서 직접 회사 다녀보니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거 같습니다...ㅎㅎ..할말하않)


그러나 미국 H-1B 취업비자는 완전히 운이기 때문에, 결국 비자를 지원받을 수 없었고 캐나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에이전시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1년간 정말 많은 포트폴리오와 업무 경험을 쌓던 중 우연히 페이스북 리쿠르터를 만나게 되었고, 그것이 연이 되어 캐나다에서 영국 취업비자 + 비행기까지 지원받고 영국 런던을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1차에서 인터뷰 취소당한 것만으로도 한동안 그것이 몸서리처지게 힘들고 짜증이 났는데, 

이 디자이너는 6개월간 힘든 인턴십을 하고 정규직 잡 오퍼까지 받았음에도 비자 문제로 그걸 순전히 날려버리고 1년을 우회해서 다시 페이스북에 돌아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덤덤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이 디자이너를 만나기 전까지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집에만 있지 말고 계속 밖에 나가서 누굴 만나고 견문을 넓히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봅니다. 

(지금은 코로나 자가격리 대문에 뭘 할 수가 없지만요..)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때도 굉장히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좋은데, 취업이 안된다고 해서 꼭 자신의 능력 부족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외국인 그리고 비자가 필요한 동양인으로 구직을 한다는 것은 1. 비자 지원 문제가 가장 크고, 비자가 아니더라도 2. 동양인은 내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문제. 등등 


똑같은 실력이라도 같은 상황의 미국인, 영국인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잘해야 한다.. 고 말해주더라고요. (물론 놀랍지 않았습니다. 제가 구직하고 취업을 했을 때도 현실이 그러했으니까요.)



처음 봤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오피스도 소개해주고 차도 마시고 마지막엔 번호도 교환하고.. 

제가 영국에서 페이스북 디자이너와 대화를 하고 오피스에서 차를 마시는 날이 오다니.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어요. 


역시 기회는 두드리고 계속 요구하고 말하고 외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오나 봅니다. 


저도 1년 후 이직을 하게 된다면 이런 더 큰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하고 더 멋진 모습으로 좋은 회사를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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