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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Nov 15. 2020

내가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돈, 모르는 곳으로의 배낭여행, 맛있는 음식, 끝내주는 커리어, 등등..


위에 나열한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람의 인생이라는 건 결국엔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돼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돈을 많이 벌 목적으로 야근을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구나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이 줄어들죠. / 영국에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기 왔지만 코로나 때문에 1년 동안이나 한국에 가지 못하기도 하고요.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면 기분은 좋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겐 체중 증가의 두려움이 생기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에서, 그중에서 제일, 가장, 나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라캉이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합니다. 다만 내가 욕망하는 건 뭔지 잘 모릅니다. 남들이 다 쫒아서 하는 높은 월급, 화려한 학벌, 수려한 외모.. 를 가지면 내가 행복할 거라 생각하죠. 물론 이것들은 대부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지만, 이 중에서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그 답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입니다.

 



외국에서 홀로 살아보는 경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누군지를 알게 되고 탐구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인데요.


저는 한국과 스웨덴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워라밸 (일과 사생활이 완벽하게 분리된 생활)이라고 판단 내렸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은 제가 커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알고 제가 밤낮 주말도 없이 일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는 주말에 오는 업무 연락과 이메일에 굉장히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입니다.

평일에 정말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일을 하는 만큼 내가 약속한 시간의 업무를 끝내면 그다음부터는 피곤한 제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한 번의 전력질주보다 마라톤에 강한 타입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회사 사람들과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둡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의 지난 상사/동료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인이라도 매일 24시간 붙어있다 보면 싸움이 나기 쉽듯이요.)


저는 매일 8시간 수면을 하지 못한다던가, 점심이나 저녁을 못 챙겨 먹는다던가 하는 저의 일상적인 루틴에 예기치 않은 변화가 생겼을 때, 몸과 정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술을 조금이라도 과도하게 마시면 몸에 반점이 생기고, 일을 너무 무리해서 하면 정신/신체건강에 바로 적신호가 와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꾸준한 (Consistent)한 규칙을 갖고, 그 사소하지만 일관적인 규칙을 지켜주는 게 저의 삶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쳐요.


매일 7시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바나나와 꿀을 넣은 오트밀을 먹고. 8시-8시 반 사이에 햇빛을 보며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하는 사소한 저의 일상 루틴들이요.


저도 한 때 돈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때가 있었는데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 지원 없이 스웨덴에 교환학생을 가고자 휴학을 하고 투잡을 뛰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통장에 돈은 꽤 쌓였지만 (물론 돈을 쓸 시간이 없기도 했고요.) 삶에 활기가 없었고, 친구들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항상 무표정이거나 피곤해했습니다. 집에 와선 잠만 자기 바빴고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었죠.


이런 여러 일들을 거치다 보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요소들 중 1순위는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워라밸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시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돈과 경력은 시간이 지나면 쌓이는 가치입니다. 다만 젊음, 우리가 가진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죠. 내가 한정된 70-80세의 수명이 있을 때, (아니 사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보장된 건 아니죠.) 내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가 시간의 가치를 현명하게 쓰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교 때는 모든 과목에서 A+를 받고 싶어서 당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도 극단적으로 줄이고 아예 한 한기를 그렇게 도서관에서 공부만 헌신해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과목 A+은 받지도 못했을뿐더러, 좋은 성적표로 인한 행복은 잠시이고, 영국 취업할 땐 대학 성적 물어보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더군요. 전과목 A+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보다,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받는 걸 목표로 하고 남은 시간에 좀 더 나를 행복하게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스웨덴에 있었을 때는 저는 학생이었고 남자친구는 유명한 컨설팅 회사를 다녔는데, 당시 저는 그런 멋진 커리어를 가진 연인을 만나는  굉장히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라 생각했어요. 이런데 웬걸, 매일 밤낮없이 야근을 하고 겨우 일주일에 하루 시간을 내면 전날 야근하느라 곯아떨어져서 약속시간에  시간이나 늦고, 만나고 나서는 하루 종일 피곤해하더군요. 지금 남자친구는 유명한 회사를 다니지도,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오지도 않지만 매일 금요일 오후 5시만 되면 노트북을 닫고, 촛불도 켜고 저랑 같이 먹을 저녁 준비를 해요. 저는 지금 남자친구와 훨씬 행복합니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워라밸보다는 다른 목표가 더 중요하고 그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고요.


이번 기회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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