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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스터 Jun 18. 2020

브랜딩과 프로모션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세스 고딘(Seth Godin)은 마케팅을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결국 마케팅이라는 일은 소비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마케팅이라는 일의 범주에는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 사후 서비스까지 제품수명주기의 전 과정이 포함됩니다. 그 중에서도 브랜딩과 세일즈 프로모션(이하 프로모션)이라는 두 활동은 마케터들이 가장 많이 하고,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이 두 활동이 다른 영역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 두 가지가 바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만나는 주 경로이기 때문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소비자를 향해 있어야한다’는 것이 마케팅의 본질이라면 브랜딩과 프로모션이야말로 마케팅이라는 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비자인 우리는 브랜딩과 프로모션이라는 말을 친숙하게 많이 들어왔습니다. 두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강은 이해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두 개념의 정확한 의미와 목적, 그리고 차이와 효과에 대해서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막연히 브랜딩은 ‘그저 듣기 좋고, 보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 정도로, 프로모션은 ‘제품을 잘 파는 기술’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브랜딩은 “장기간 특정 이미지를 축적하여 자산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이미지 또는 인식을 소비자의 머리속에 넣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과포화된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상업적 목적을 지니고 송출하는 메시지를 회피하거나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작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어떤 인상과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동일한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Long Term Task) 우리가 나이키와 코카콜라를 접했을 때 떠올려지는 이미지, 인텔의 “Intel Inside”라는 로고를 보았을 때 연상되는 것은 오랫동안 축적된 브랜딩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브랜딩 활동은 즉각적으로 결과를 보기 어렵고 특히 매출이나 점유율과 같은 계량적 목표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에 프로모션은 단기적으로 “특정 측정지표(매출, 점유율등)를 달성하기 위한 집약적인 활동”입니다. 우리가 매장이나 오픈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판촉활동들, 경품행사, 에누리, 덤, 판촉물등의 추가 증정과 같은 활동을 말합니다(Short Term Activity) 이런 활동들은 즉각적으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브랜딩과 프로모션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입니다. 이미지가 잘 형성된 브랜드는 비슷한 형태의 프로모션들이 경쟁할 때 보다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하며, 맥심 카카오프렌즈, 레트로 에디션과 같은 프로모션은 맥심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해서 둘의 목적과 방향이 같아도 된다고 판단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항상 두 활동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구분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단기간의 매출성장을 기대해서는 안되며 단기간의 특정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전면적인 개선을 목표로 삼아서도 안됩니다. 예컨대 카카오프렌즈와의 프로모션 캠페인을 하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판매실적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커피이즈골드 광고 캠페인을 하는데 매출목표의 달성여부를 KPI로 삼으면 우리가 정작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브랜딩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를 집행했을 때 이 광고가 매출이나 이윤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선호도와 같은 지표의 중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SNS 상에서 언급하는 빈도나 언급된 내용의 깊이와 긍정, 부정의 정도에 따라 정성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프로모션도 마찬가지로 브랜드 이미지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로모션을 준비할 때는 측정가능한 수치적 목표에 집중해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이나 의도치 않은 인식을 주지 않는 범위를 먼저 정하고 그 후에는 목표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브랜딩의 역할과 효과를 간과하고는 합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장기간의 일관된 브랜딩 활동으로 축적된 강력한 자산과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역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맥도날드의 ‘M’자 로고와 특유의 징글송을 들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 샤넬의 로고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자부심, 디즈니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를 보면서 느껴지는 설레임은 세일이나 판촉물, 경품행사나 덤과 같은 프로모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비슷한 제품을 팔고 비슷한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오늘 나온 신제품이 며칠뒤 동일한 성능의 카피캣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기도 하고, 어느 브랜드에서 한 기발한 판촉이 며칠뒤 전국가적인 유행이 되어 밋밋해집니다. 이때 일관된 브랜딩을 통해 특정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인식되면 모방이 불가능해집니다. 제품은 똑같이 만들 수 있지만 브랜딩으로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따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키와 리복, 애플과 삼성,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비교해가면서 떠올려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차별화된 강점을 발휘하려면 브랜딩이 단단하고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합니다. 튼튼한 브랜드는 무형의 요소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집니다. 매출이나 이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브랜드만의 고유한 특성을 결정짓는 요소들을 저버리게 되면 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손실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정리해보면, 저는 브랜딩이란 집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모션은 그 집에서 맛있는 쿠키를 구워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키향이 좋고 맛있다면 집으로 손님들을 모셔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집이 튼튼하지 않고 이쁘지 않다면 손님들은 애정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 옆에 새로운 집이 생기면 금방 그 집으로 떠나버립니다. 집을 튼튼하고 이쁘게 지어 놓아야 한 번 들어온 사람들이 쉽게 나가지 못합니다. 맛있는 쿠키를 굽기 전에 손님들이 머무를 집을 제대로 만드는 것에도 보다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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