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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 Jun 09. 2016

유럽, 출국할 수 있을까?

한국사람이 한글 쓰는데 왜 예약이 안되?

출발 5개월전.

드디어 원하는 가격의 비행기가 떴다.

프로모션항공편을 노리던 중 때마침 나타난 독일의 루프트한자.

인천에서 독일 뮌헨을 경유하여 영국 런던까지 가는 항로에 가격은 90만원 대.

먼저 다녀온 친구에게 경비는 항공값에서 아끼지 않으면 아낄 수 없다는 말을 누누이 들어왔던 지라

이 정도 가격이면 훌륭한 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자신 이었다. 

경험 이라고는 대학시절 해외봉사가느냐 남이 하는대로 따라가본 인도가 전부였고 한명은 여권조차 없는 상태였으니 백날 결제카드가 어쩌고 숙소가 어쩌고 하는 건 우리에겐 이제 막 뒤집기 하는 아이에게 달리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은 것 이었다.


우리 여행의 신조는 '부딪히면 해결된다!!'였다.


"땅콩,여기 항공권 결제할까?"

"좋아!"

"너 해외결제 카드 있니?"

"나만 믿어!"



행여 누구에게 빼앗길 세라 전투적으로 사이트를 열었다.

우와!! 우리가 하고있다!!!

신기함과 신중함을 동시에 느끼며 속전속결로 결제창까지 달리려는데,

왠걸! 결제창 앞까지도 당도하지 못한체 신상정보 입력에서 예상치 못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보가 잘못됫다고 하는 거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여행까막눈 둘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시도하기를 벌써 두시간째,

시간은 흐르고 점점 인내심에 한계를 다다를 때


"어쩔 수 없다. J를 부르자!"


J. 그녀가 누구인가

그녀는 홀로 한달여에 걸친  유럽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한 네이티브영어가 가능한 잉글리쉬 마스터가 아니던가!


연락한지 한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카페문을 열고 들어왔을때,

우리는 그녀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설마 너네 이거 한글로 쓴거 아니지?"



...


무거운 침묵이 몇 초 간 우리를 휩쓸었다.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다던데 

우리는 정도가 없나보다.


심지어 외국 사이트에서 한글로 기재하면 누가 알아봐 준다던가...

하지만 맹세코 그 당시엔 전혀 몰랐다. 

나는 한국사람인데 당연히 한글을 써야지!


허무하게 날린 세시간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다.

미리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붙들고 우리는 알파벳 배우는 애들마냥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타이핑 했다.

영어로.


이렇게 간단히 넘어갈 것은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쉽게 끝날리가 없었다.


이번엔 결제가 문제였다.

아무리 입력을 하고 확인해도 분명히 맞는건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기에 또 이러는 것인가

확실히 이름도 영어로 썻고

유효기간이나 숫자도 맞고

이번엔 대체 뭔데?


옆에서 책을 뒤척이던 그녀가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너네 설마 이거 maestro card로 결제하려고 한건 아니지?"


...


두명이 가지고 있는 네개의 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maestro를 master로 잘못본건 한명이었어야 했는데...


허무하게 날아간 지난 네시간이 뒷골을 강타했다.


"치킨먹으러갈래?"


기승전치킨이지!!

우선 해외결제 카드부터 만들고 하자!!



치킨을 먹으며 다짐했다.

내가 저거보다 더 싸게 갈거라고


그 다짐이 통한건지 치킨의 위력인건지

우리는 그 후에 10만원이나 저렴한 타 항공사에서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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