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B Jun 09. 2016

유럽, 출국 할 수 있을까?

유럽, 정말 출국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비행기 시간은 새벽 1시 30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해 약 13시간 후 카타르 도하공항에 도착한 후 2시간 30분 후 다시 도하를 출발 해 약 7시간 30분 간의 비행 후 영국 런던에 오후 1시 15분에 도착하는 만 하루를 하늘에서 보내는 긴 여정 이었다.


공항으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는 9시40분 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대략 1시간 정도가 소요되니 아무리 늦어도 11시전에는 도착할 터 였다.


이미 단디 싸둔 캐리어 였지만 괜히 한번 더 열어보기도 하고 빠진 품목은 없는지 각종 티켓과 예약증은 챙겼는지

확인하며 보내는 시간은 정말 더디게 흘러갔다.


바로 앞집에 사는 땅콩과 함께 캐리어를 들고 차에 올랐다.

땅콩은 고등학교시절부터 함께 해 온 가장 가까운 친구다. 땅콩이란 이름은 둘다 도토리 키재기인 아담한 사이즈도 있지만 나중에 함께 땅콩집에서 살자고 약속한 그 땅콩의 의미다.


이 철부지 들이 잘 다녀올 수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두 어머니의 한숨을 뒤로 하고

우리는 출발했다.



늦은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 했다.

우리는 예정시간 보다 약 20분이나 더 빨리 도착했다.

나도 해외는 남들이 하라는 대로 다녀온 것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에 유일한 공항경험자는 나였다.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얹고 최대한 태연한 척 해야했다.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우리가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에어의 부스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행여나 잘못되서 비행기를 놓칠까봐 우리는 부랴부랴 카타르에어의 부스를 찾아 움직였다.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우리는 부스앞에서 3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체크인 할 수 있었다.

캐리어 안에 넣은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 위험물질 이기 때문에 짐을 부치고도 20분을 기다린 후 안전하게 통과된 것을 통보받은 후에야 내가 정말 떠난다는 것이 실감 났다.


노란색 티켓을 여권사이에 끼운 채 한 손에 꼭 쥐고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헤메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스는 비워져 있었고 안내데스크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넓은 공항에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탑승을 위하여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던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모르겠는 것이었다.


우리는 공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 안내판에서 우리가 출발 해야하는 탑승 게이트를 찾았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라는 표시가 뜨긴 했는데 도대체 어디로 내려가야하는거지?


일단 눈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로 걸어가 내려가 보니

웬걸, 여긴 주차장 이다.

그럼 올라가야하나?

이번엔 한층 더 올라가보니

웬걸, 여긴 항공사 사무실들만 주르륵 있다.


내려갔다 올라갔다만 무한 반복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여유있던 우리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텅텅 빈 이 곳에서 우리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찾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고만 있었다.


이러다 혹시 출국도 못해보고 집으로 돌아가야되는것은 아닌가

그러면 내 캐리어는 어쩌지?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울컥 올라왔을때

드디어 발견했다.


우리랑 같은 티켓을 가지고 지나가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사냥감을 찾은 하이에나처럼 우리는 빠른걸음으로 무리를 따라갔다.

물론 겉으로는 원래 나도 가는 사람인것 처럼 태연한척을 하고 말이다.


드디어 티켓을 확인 받고 문이 열렸다.


내가 찾던 보안검색대.

그래 이거다 이거.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성취감에 젖은 채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니

내가 알던 그 공항이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면세점.


너무 늦은 시간이라 낮처럼 활발하거나 번쩍이는 것 없이 대부분 문을 닫았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풍경에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생각같아선 이번 기회에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연 곳도 몇 곳 없었을 뿐더러

혹시나 하는 걱정때문에 곧바로 탑승동으로 향해야했다.

탑승동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우리는 안내지도에서 보았던 내려가는 표시가 이곳이었음을 알게되었다.


해외사이트에서 한국어로 결제를 하려고 하지를 않나

탑승동으로 가랬더니 주차장으로 가서 헤매지를 않나


두 부모님이 그렇게 걱정을 하셨던 이유를 이제야 좀 알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 다음은 속전속결 이었다.


탑승동까지 가는 전동차에 올라타고, 탑승게이트를 찾기 까지는 금방이었다.

혹시나 무서워 탑승게이트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으며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눈이 감기는것 같았다.

배는 고프지만 기내식을 생각해서 꾹 참으며 벌써 지친다는 생각을 했다.


12시 30분 부터 탑승시작 이건만 15분이상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탑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비행기가 뜨지못할까봐 안절부절 하며 배고픔과 졸음이 섞여 힘든 시간 이었다.


기어이 30분 정도 가 흐른 뒤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기위해 오르던 첫 비행기, 남들이 가는 대로만 가면 되던 두번째 비행기 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직접 예매했고 내가 직접 모든것을 다 준비한 첫 비행기.

인터넷을 통해 수십번 보았던 내부는 익숙했지만 그만큼 낯설었다.


아주오랜 시간 기다렸던 비행기가 이륙을 하면서

우린 두 손을 맞잡고 끝까지 촌티를 폴폴 풍겼다.



비행은 아주 지루했다.

아무리 잠을 자도 좁고 불편한 자세에서는 길어봤자 대여섯 시간이 한계였다.

밥먹고 자고 간식먹고 자고 사육당하는 가축처럼 먹고자고를 반복하다 보니

안내방송이 나왔다.


"Doha"


뜨거운 사막의 열기가 후끈 몰려왔다.

우리는 중동의 한가운데 도착한 것이다.




인천에서 도하로 가는 항공편의 카타르에서 기내식




도하 공항은 신기했다.

보통 비행기는 착륙게이트와 연결하여 멈추기 마련인데 도하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비행기가 멈춰섰다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내리는 순간부터가 중요했다.

카타르 에어는 발권할 때 티켓의 색이 중요하다.

우리는 노란색. 도하공항에 들렀다가 다른 비행기로 환승할 예정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멈춰선 비행기 앞에 나란히 선 이동버스에 올랐다가 환승게이트에서 내려야 한다.

방송이나 창 밖을 잘 보고 있다가 각각의 색에 맞는 게이트에서 내려야 하는 것이다.



환승게이트로 가야하는 노란색 티켓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하를 거쳐 세계 각지로 흩어지기 때문에 몇몇을 제외하고는 노란색티켓을 가진 환승게이트에서 하차했다. 환승게이트안은 피난현장을 방불케했다. 세계각지의 사람들로 가득찼지만 낯선 얼굴을 하고 터번을 두른 이슬람인들의 얼굴이 가장 많았다. 


카타르 공항에 걸려있는 삼성의 휴대폰 광고





넓은 보안검색대를 가득 채운 인파틈이 끼어 오랜기다림 끝에 겨우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니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애초에 인천에서 비행기가 연착된 탓고 있고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예전에 싱가폴공항에서 인도로 가기위해 7시간 가까운 시간을 공항에서 보낸적이 있다.

처음 한시간정도야 새로운 풍경에 구경도하고 신이났지만 그것도 이내 질려버리고 할거라고는 앉아있는것 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오랜시간을 기다려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지루함이다.

때문에 오히려 기다릴 시간없이 바로 다음 비행기에 탑승해야했던 우리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별한 지연없이 비행기는 바로 런던으로 출발했다.

또다시 7시간의 긴 비행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인천에서 도하까지 거리를 생각하면 이쯤은 한숨 자고 일어나면 끝날 비행이었다.


눈을 떠보니 우리 비행기가 곧 영국 런던에 착륙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년내내 비가 온다는 영국 답게 창밖으로 바라본 영국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 출국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