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쌤의독서교육 이야기
고학년이 되면 역사 단원을 처음 배우게 된다.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역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역사가는 사료를 읽고 해석하는 일을 통해 과거를 추론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역사를 단순히 암기하는 과목으로 여기지 않고, '역사가의 태도'를 가지고 역사를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교육에 임했다.
그리고 사료를 남긴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에 유리하게 역사를 서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길 바랐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역사를 배우면, 학생들이 역사를 '수동적으로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과목'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성인에게도 참 쉽지 않은 관점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처음에 쉽게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가 떠올랐다.
역사 단원을 시작하는 첫날, 존 셰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아기 돼지 삼형제가 각각 짚, 나무, 벽돌로 집을 짓고 늑대가 돼지를 잡아먹으려고 무자비하게 집을 부수는 이야기라면, 이 그림책은 아기 돼지 삼형제의 원전을 늑대의 입장에서 서술한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에서 늑대는 시종일관 이 사건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며, 자신은 그저 설탕을 빌리기 위해 돼지를 찾았고, 돼지들은 무례했으며, 우연히 기침이 나와서 집을 부수게 되었다, 그것은 사고였다고 말하고 있다. 사고로 죽은 돼지를 그냥 두고 가는 것은 늑대의 본성과 맞지 않아 이미 죽은 것을 그냥 먹었을 뿐이라고 부연 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 그림책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늑대와 돼지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서술할 수 있는가를 직관적으로 알게 해주는 그림책이어서 내가 원하는 목적에 딱 알맞는 그림책이었다.
학생들에게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였는지 먼저 묻고 생각하게 한 뒤에, 이 그림책을 읽어주자 학생들은 매우 흥미있어했다. 그리고 나는 물었다.
'늑대가 역사서를 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아기 돼지 삼형제는 나쁜 돼지들로 우리에게 전해졌을 거야. 이것에 대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역사 속에 나온 사람들의 평가가 모두 맞는 것은 아니겠네요.'
'돼지들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늑대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지 않나요?'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 속에서 내가 예상했던 반응들이 나와서 이제 막 3년 차가 되었던 나는 너무나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래. 맞아! 이렇게 집 세 채가 무너지고, 돼지들이 늑대에게 먹힌 사건은 똑같지만 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이 달라지는 거야. 이게 바로 역사를 공부할 때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단순히 받아들이지만 말고 생각하면서 배워야 하는 이유인 거지.'
그 뒤에 역사 단원 수업은 교과서에 기록된 대로, 암기와 강의식 수업을 병행하면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만(진도의 압박과 시험의 압박...),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사건이 등장할 때마다 늑대와 아기 돼지 삼형제들을 떠올리게 했고, 아이들은 그 사건에 대해 더 능동적으로 생각하며 자기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역사 단원을 가르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조금이라도 능동적인 역사 수업이 되는데 독서와의 통합 수업이 기여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