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쌤의 독서교육 이야기
'온 책 읽기'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부터 '책 한 권 전체를 다 읽고 경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학계와 현장 모두에서 정말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온 책 읽기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 달라져, '학급 전체가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온 책 읽기를 학급 전체가 통일된 책을 읽는 것으로 실천할 수도 있겠지만, 모둠별로, 또는 관심사별로 모둠을 만들어 다른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맨 처음 주제별 온 책 읽기를 시도한 것은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으로 공개 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였다. 도서관에 가서 다문화 관련한 그림책을 찾아 전체 학생들이 읽게 하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문제에 부딪혔다. 그림책을 읽다 보니, 다문화라는 것이 너무나 광범위한 주제여서 한 권의 책으로 제대로 된 수업이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문화와 관련된 주제들은 인종 차별뿐만 아니라 출신 국가에 따른 문화적 차이, 부모님의 출신 국가가 다른 경우 가정 문화의 차이 등 너무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필요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다문화 하위 주제를 각각 잘 다룬 그림책 10권을 추려서 준비했고, 다섯 모둠 아이들이 한 권씩 선택하도록 했다. 3-4명의 모둠원들이 함께 어떤 책을 고를지 살펴보고, 고르는 과정을 경험하며 점점 자신들이 고른 책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른 책을 모둠별로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여 다른 모둠 친구들과도 공유하였다. 아주 간단한 방식의 협동학습으로 학생들은 책 전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 후에 가장 흥미로웠던 학생들의 반응은 다른 모둠에서 읽은 책을 읽어보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몇 명의 목소리를 크게 들은 나는, 다른 모둠의 책을 자유롭게 교환해서 읽을 시간을 주었다. 또한 앞서 10권의 책 중에서 선택받지 못한 5권에 대해서도 좋은 책임을 한 번 더 어필하였다. 공개 수업이 있었던 그 달에 우리 반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내가 선택한 10권 중 5권 이상을 스스로 선택하여 읽었다.
물론 다 같이 같은 책 5권을 동시에 읽었다면 그 나름대로 아이들은 여러 책을 읽고 많은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풍부하고 깊게 나눌 시간과 기회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는 기회를 가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고, 다 읽어냈을 때의 성취감은 지정된 책을 읽는 것과는 질이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많은 독서 동기 관련 연구들이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