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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은 Jun 13. 2021

아빠는 얼굴이 초록색인 외계인

마리쌤의 독서교육 이야기

내성적인 아이들을 위한 '책 읽고 이야기 하기' 수업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독서교육에 대한 강의를 할 때면, 나는 항상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감사하게도 강의를 들은 분들의 대부분이 책 읽고 이야기 하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공감하며 실천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내용의 강의를 마치면 자주 나오는 질문이 한 가지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재직 중에 자주 고민했던 일이기도 하다.

(나처럼 말하기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내성적인 아이들도 책을 읽고 이야기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옳은가?'하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


말하기에 대해서 불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은 혼자 책을 조용히 읽는 것이 좋았는데' 아이들에게 왜 말을 하게 시키는지 의아하다는 질문을 하곤 한다.


언어로 하는 표현 활동을 크게 둘로 나누면 말하기와 쓰기로 나눌 수 있다. 말하기는 상대적으로 쓰기에 비해 쉬운 활동이기 때문에 읽기와 관련하여 쓰기 활동을 하는 것보다 인지적인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읽고, 말하고, 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은 혼자 읽기의 몇 배의 효과를 가지는 좋은 독서 활동이었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말하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독서 시간에도 말을 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 참 미안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고 생각을 말하라고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더욱.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볼까?


책을 읽은 , 생각을 편하게 말할  있도록 도와줄  있는 방법을 찾다가 논문을   보게 되었다. 박사 과정 지도교수님의 논문이었는데,  논문을 (전에 읽었던 것인데도 아마도 대학원 시험을 위해 그냥 읽기만 했던  같다.) 보고 '!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나타내는 상징물을 만들어서 설명하게 하는 활동이었는데,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을 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것이 머릿속이 하얘지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빠는 얼굴이 초록색인 외계인.  


과감하게 교과서의 글을 가지고 실천해보았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온 생활문을 읽었다. 생활문의 내용은 아빠가 엄마의 생일을 깜빡했고, 아이들이 엄마의 선물을 준비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에게 글을 읽으며 떠오른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 상징 색을 고르게 했다. 처음이라 상징물을 만들게 하는 것이 어렵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해보면 상징물 만들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데, 교사가 더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후, 그 색을 고르게 된 이유에 대해 모둠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빠 얼굴이 외계인처럼 초록색이 될 것 같아.'

'왜 초록색인데?'  

'엄마 생일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안 순간, 외계인이 되어 우주로 가버리고 싶지 않았을까.'


우리 반에서 가장 진중하고 과묵한 남자아이가 작고 낮은 목소리로 즐겁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와 이거 정말 좋은 방법이구나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계속되는 상징물 만들기에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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