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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은 Jul 15. 2021

오해를 푸는 글이 나와 있어서 읽기가 재미있어요.

마리쌤의독서교육 이야기



다수의 어른들은 '지식이나 정보가 담긴 책'을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관념을 심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책의 내용에 대해 자꾸만 설명을 하거나, 아이에게 '그 책 재미있지?' 보다 '그 책 어렵지?' 라는 말을 주로 쓰며, 아이가 재미있다고 하면, '그런 책이 재미있다고? 너 신기하다.(혹은 이상하다)'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은 정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박사 학위 논문은 '초등학생들이 정보 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하였다. 이 연구를 3년간 진행했는데, 나는 이 과정에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아이들이 (많은 어른들과 달리) 새로운 정보에 대하여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그것을 재미있게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오해를 푸는 글이 나와 있어서 읽기가 재미있어요.


연구를 위해 나는 아이들에게 쇠똥구리에 대한 책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6학년 남자 아이에게 '읽은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안경 너머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말했다.


쇠똥구리가 똥을 먹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수분과 구더기를 먹는 것을 알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새로워요. 쇠똥구리가 똥의 알을 낳는다는 걸 뭔가 더 신기해요. 똥 가운데에다가 알을 낳는 줄 알았는데 똥 가장자리에다가 알을 낳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뭔가 아는데 도움이 되어요. 쇠똥구리에 관한 점만 나와 있지 않고 오해를 푸는 글이 나와 있어서 읽기가 재미있어요.



아이가 말하는 '오해'는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쇠똥구리에 대한 오개념이다. 아이는 자신의 오개념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이렇게 아이들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뻐한다.

어렸을 때의 나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새로운 정보'를 기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알고리즘과 AI 덕분에(?) 많은 어른들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 내가 믿고 있는 사실과 다른 것에 대해 노출될 여지가 너무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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