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 키우기, 어렵지 않다고요?

조금 느린 아이와 함께하는 책육아

by 권이은

- 운동 능력 같은 독해력





'운동, 어렵지 않아요.' 정말?


운동 좋아하세요? 저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니 주로 진짜 몸이 너무 아플 때 겨우겨우 억지로 시작하는 일 중에 하나죠. 집에서 홈트를 할 때, 유튜브 속 강사님이 '이 동작은 쉬운 동작입니다' 하시면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운동이 정말 쉬운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운동을 취미로 할 정도로 즐겁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을 거예요. 본인이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요.


독서는 운동하고 비슷한 면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독서를 취미로 생각할 정도로 즐겁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으려고 하죠. 무서운 점도 일치합니다. 운동을 아예 하지 않으면 신체 능력에 치명적이고, 독서를 아예 하지 않으면 인지 능력에 치명적이죠.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이 모두 삶을 살아가는데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독서는 운동처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인지 능력이 타고나게 좋은 아이들이 있어요. 마치 운동 신경이 타고나게 좋은 것처럼요. 이런 아이들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도 상대적으로 쉽게 성장하지요.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대로 계속 책을 읽어도 글의 내용을 잘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죠? 이 또한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생기지 않거나 살이 잘 안 빠지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느린 학습자 아이들은 후자에 속하는 겅우가 많겠지요.




책의 수준 = 기구의 무게

읽기 빈도 = 운동 빈도


그러면 독해력은 어떻게 키울까요?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폐활량을 늘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헬스장에서 무게를 계속 조금씩 늘리고, 횟수를 조금씩 늘리고, 꾸준히 기구를 들어야 근육이 생기는 거 다들 아시죠? 폐활량을 늘리고 싶으면 숨이 찰 때까지 꾸준히 뛰어주는 것이 중요하고요. 마찬가지로 독해력을 키우고 싶다면 글의 수준을 계속 약간씩 높여주고,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독해력이 낮은 아이들일수록 더 자주 읽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의 수준을 감당 가능할 만큼 지속적으로 높여주면서요. 아이의 독해 수준이 낮으면 처음에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낮은 수준의 책으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낮은 수준의 책만 읽어주면 더 이상 독해력이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운동과 독서 모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어릴수록 또래들이 보는 책을 조금씩 자주 읽어주세요


저에게 많은 분들이 느린 아이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문의하십니다. 사실 느린 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요. 특히 유초등 정도 아이라면 또래 수준의 책을 조금씩 자주 보면서 충분히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아이들이 같은 연령에서 학습하는 내용을 따라갈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의 연령에 맞는 책을 읽으면, 아이 수준에서 자주 들을 만한 개념 어휘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개념 어휘들을 많이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개념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학교 수업,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이해할 때 수월하겠지요.


만약에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늘 낮은 수준의 책만 읽는다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게 되고, 또 다른 학습 결손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휘 수준뿐만 아니라 문장이나 글의 구조 측면에서도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또래 수준이나 아주 약간 낮은 책을 함께 읽으며 부모님께서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시범을 보여주시면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지난 글에 올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기술이 이럴 때 필요합니다. 북 치고 장구 치는 기술은 다른 글에서 더 많은 예시를 들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보도록


이론은 쉬운데 실제는 늘 어렵죠. 저도 아이와 책을 읽을 때 너무 쉬운 책을 고르지 않으려고 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이 또래들이 읽는 책을 읽어주려면 에너지가 몇 배는 들고, 아이도 좋아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저도 그냥 쉬운 책, 아이가 좋아하는 책 읽어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하루에 2권을 읽어준다면 한 권은 아이의 독해 수준보다 높은, 아이와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이 즐겨 읽을만한 책을 골라서 열심히 수다를 떨어줍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아이가 집중 못해도 저 혼자 읽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아이가 그 중 한 권의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인다면, 그 책을 아주 여러차례 반복적으로 함께 봅니다. 여러권의 책을 같이 읽고 이해하면 더 좋겠지만, 일단 한 권이라도 제대로 보도록 도와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책을 이해하면, 역으로 또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니까요. 어린 아이들일수록 이해하면 그것이 재미로 이어집니다. 사실 어른도 어려운 책 애써서 완독하면 즐겁지 않습니까? ^^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글 깨치기'와 '독해력 키우기'에 대한 혼동입니다. 특히 유초등기에 이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면 독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오늘의 글은 '독해력 키우기'를 위한 책 선택과 책 읽기 방법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의 글이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글 깨치기에 대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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