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활동? 독서 전 활동!

by 권이은


봄기운이 가득한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어제는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평소 동물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입니다만, (아마도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데, 동물은 멀리 있으니 집중해서 봐야 하고 흥미롭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고,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주 편안하게 쉬고 있는 동물을 조용히 관찰할 수 있어서였는지 즐겁게 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보고 온 동물에 대해서 책을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험은 최고의 독서 흥미 유발 자원


독후 활동을 강조하는 독서 교육 실천가들이 많습니다. 동물원에 가기 전에 동물에 대한 책을 읽고 동물을 보러 가면 좋다고 이야기하는 식이지요. 사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책으로 미리 지식을 배운 뒤에, 실제를 경험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을 수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말이 모든 아이들에게 맞는 말일까요? 저는 조심스럽게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려보고 싶습니다. 책에 대한 관심이 적고, 읽기 능력이 낮은 아이들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책도 아는 만큼 이해가 잘 되거든요. 오히려 경험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책을 읽으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 관점은 모두 인지 이론과 관련이 있어요. 기존의 지식이나 생각의 틀이 다음 것을 배울 때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에요.

먼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독후 활동, 책을 읽고 그다음 관련 활동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볼게요. 아이가 독서를 통해 동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동물을 관찰하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일 거예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실제 동물을 관찰하는데 적용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서 아이가 호랑이와 사자의 차이를 갈기의 유무로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볼게요. 동물원에 가기 전 독서를 통해 호랑이는 갈기는 없지만 줄무늬가 있다는 것을 알고 호랑이와 사자를 봤다면 조금 더 정확하게 동물을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었을 거예요.


반대로 독서 전 활동으로 동물원에 다녀왔다고 생각해볼게요. 아이가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고 해도, 독서 능력이 낮은 아이라고 해도, 어제 보고 온 동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고 관찰한 것도 있을 거예요. 아이와 함께 어제 본 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을 통해서 경험을 더 구체화하며 지식을 쌓아갈 수 있어요. 어제 찍어 온 사진을 같이 보면서 ‘어제 본 사자 중에 갈기가 없는 사자가 있었는데, 그게 책을 보니 암사자였네!’라고 생각하게 된다던가, ‘원숭이는 정말 엉덩이가 빨간데 왜 빨갛지?’ 하고 책을 함께 찾아본다던가 할 수 있지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배경 지식과 책 읽기를 연결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됩니다.




독후 활동의 명과 암


부모님이 아이들과 함께 화려한 독후 활동하는 사진들, 온라인에서 많이 만나시죠? 진심으로 절대로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아이 6세이지만, 저는 여태까지 독후 활동은 이야기 나누기 외에는 해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과 하는 독후 활동은 책에 대해 다양하게 충분히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이게 물론 매우 어렵습니다만...)


독후 활동의 과한 강조는 분명한 부작용이 있어요. 첫째, 독서를 좋아하지 않거나 독서 능력이 낮은 아이들은 책의 내용보다 독후 활동만 기억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봄에 대한 책을 읽고 개나리를 그리는 활동을 했다고 생각해볼게요. 아이에게 ‘오늘 뭐했지?’ 하고 물어보면 10명 중 8명은 ‘개나리 그렸어’라고 답할 거예요. 반대로 사진을 보거나 실제 밖에 나가 개나리를 그리고 나서, 봄에 대한 책을 읽으면 개나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관심 가지고 읽게 될 거예요. 둘째, 독후 활동을 강조하다 보면 부모님도 오늘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기보다 무슨 활동을 할지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더 생각해보시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독서 활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독후 활동’이라는 이름 하에 미술 활동,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 글쓰기 모두 중요한 활동이고 독서와 연계하기에도 좋습니다. 아이들도 미술과 글쓰기 모두 배워야 하지요. (그래서 특히 초등학교에서 독후 활동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독서 활동이라기보다 통합 활동이죠.) 하지만 그런 활동은 명확하게 독서와 관련이 거의 없습니다. 독서 능력 신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활동을 독서 능력 신장과 관련 지으려면, 책의 내용을 활용해서 그리거나 글을 쓰도록 해주어야 하고, 그것은 상당한 교수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지금 현재 독서 능력이 부족하다면,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과한 독후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독서’ 자체를 제대로 하고 싶으시다면, 독서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독서 전 활동을 충분히 하여 읽을 책의 주제에 대한 관심과 흥미, 배경지식을 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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