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호흡기는 어른부터

by 권이은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면 저는 비행 중 위험할 때 머릿속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하는데요(저만 그런가요? ㅎㅎ)

비행 중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도 살고 저도 살려면, 산소 호흡기를 누가 먼저 해야 하는지 알고 계세요?




때로는 솔직해지세요.


아래는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독서교육 강의를 할 때 들은 이야기에요.


아이가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해요. 정말 계속이요. 어떨 때는 10권도 넘게 한 자리에서 읽어줬어요. 그럴 때는 아이가 읽고 싶어 하니 기특해야 하는데 정말 하기가 싫어서 대강대강 하게 돼요. 그래도 되나 죄책감이 들어요.


이런 경우, 다른 사람들은 부모에게 ‘아이가 열심히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오니까 얼마나 훌륭하냐, 부럽다, 복에 겨웠다, 그 정도는 힘든 일도 아닌데 읽어줘라’ 하며 피곤해하는 부모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읽어달라는 책을 모두 읽어주실 수도 없고, 그러실 필요도 없답니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는 건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일수도 있고, 부모와 온전히 책을 읽으며 보내는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아서 일수도 있지요.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 긍정적인 반응으로 상호작용 하며 읽어주시는 게 좋지만, 한 권 두 권 양이 많아지면 솔직히 사람인지라 그러기가 쉽지 않죠.


아이가 끊임없이 질문을 해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어렵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한마디도 안 하고 싶을 때도 많아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잖아요. 아이가 한 개 두 개 질문 재밌는 거 할 때는 기특하지만, 막상 매일, 매 순간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죠. 이렇게 지칠 땐 아이의 요구에 제한을 주시고,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오늘은 세 권만 읽을래. 엄마 오늘 집안일하느라 피곤한 하루여서 가만히 쉬고 싶어. 00이는 더 보고 싶은 책을 스스로 보면 되겠다.


00이가 궁금한 게 많아서 아빠는 참 좋아.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말을 안하고 좀 쉬고 싶거든. 궁금한 건 잘 생각해 놨다가 저녁 먹고 다시 이야기하자. 아니면 누나한테(다른 가족) 물어봐봐.



산소 호흡기는 어른이 먼저


비행 중 위급 상황에서 살려면 산소 호흡기를 ‘제대로’ 착용해야합니다. 대충 얹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죠. 그러려면 산소 호흡기를 잘 착용 시켜줄 부모가 먼저 산소 호흡기를 쓰고 그 뒤에 아이에게 제대로 착용 시켜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부모도 아이도 살 수 있으니까요.


독서를 할 때도 대충 책을 소리내서 많이 읽어준다고 해서 독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진 않습니다. 오히려 책을 하루에 한 두 권 정도 읽으며 집중해서 상호작용해줄 때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감정을 먼저 살펴보세요. 그리고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주지 마세요. 그것이 책을 읽어달라는, ‘좋은 행동’이라고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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