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by 권이은


이야기를 모아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삶에서 다가오는 많은 선택들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미리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 서랍에서 소중히 보관해 온 이야기들을 꺼내어보며 나의 선택과 앞으로 다가올 삶을 그려볼 수 있어요.


이야기의 힘은 위기가 다가왔을 때 대처하는 능력으로도 나타납니다. 이야기에는 늘 어려움, 위기가 담겨 있기에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히기 때문입니다.


또,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 중에서는 나와 비슷한 사람도 많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고, 그림책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그들에게 각자의 속사정이 있음을 알 수 있으니까요.


이 세상의 수많은 그림책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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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은 사건이 선명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모호하면 일단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어릴수록 어려운 글을 만나면 ‘재미없다’고 표현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속 사건이 최대한 선명한 것을 선택합니다. 간단한 사건이지만 극적인 사건, 이런 이야기가 어린 아이들에게 재미를 줍니다.


예를 들어,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은 생쥐이자 치과 의사인 드소토 선생님에게 이가 아픈 여우가 찾아와, 드소토 선생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여우의 이를 고쳐 주는데, 여우는 이를 다 고치고 나면 선생 부부를 잡아먹어야겠다고 마음먹어요. 이것을 알아차린 드소토 선생님 부부는 꾀를 내어 여우의 턱을 꽉 붙여 버렸다는 이야기예요. 이렇게 몇 문장만으로 사건이 선명하게 전달되는 이야기가 바로 아이들이 이해하기 좋은 이야기이지요.


어릴수록 더 간단하게 사건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아요. 아이들에게 <달님 안녕>, <사과가 쿵!> 같은 그림책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저희 아이도 3살 무렵 <달님 안녕>에 빠져, 정말 만 번은 읽어준 것 같아요. 이미 글자는 외우고, 달님 표정들을 따라하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기대하지 않은 내용(반전)


조금 더 큰 아이들에게는 역시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인기있어요. 아이들은(사실 어른들도) 기대하지 않은 사건이 이야기에서 갑자기 등장할 때 재미있어 합니다.


이지은 글 그림 <이파라파냐무냐무> 같은 작품이 바로 반전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입니다. 마시멜로가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 날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이파라파냐무냐무... 이파라파냐무냐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산만 한 덩치에 시커먼 털북숭이가 있었어요 대체 저 소리는 뭘까요? 냐무냐무? 냠냠? 잡아먹겠다는 말일까요? 마시멜로들에게 감정을 이입한 아이들은 점점 긴장감이 올라가죠. 그러나 알고보면 이 소리의 정체는 그저 이가 아픈 털복숭이가 ‘이빨아파너무너무’하는 소리였답니다. 소리의 정체를 알게된 순간 마시멜로들과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함께 긴장감이 확 풀어지며 이야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반전의 재미가 담긴 그림책은 선명한 사건 속에서 예상한대로 결론을 향해 치닫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른 결론을 내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지요. 이런 책들을 긴장감 있게 읽어주면 아이들에게 '오!' 하는 반응이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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