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멀리하세요

by 권이은


유아기는 '그게 뭐야?', '무슨 말이야?' 질문이 폭발하는 시기이죠. 아이들의 질문 세례에 부모님들은 '답해주다 지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다, 어떻게 단어 뜻을 알려줘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시는 부모님들도 많으세요.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에 영 흥미가 없습니다. 알고 싶다는 의지도 크게 없어서 잘 물어보지도 않아요. 친숙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적으니까 질문도 많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위의 부모들보다 훨씬 더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그렇거든요. (웃음) 아이랑 대화를 하다보면, 평소 아이가 새로운 단어에 크게 관심이 없고, 그러다보니 어휘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독서교육연구자들이 어휘력 향상의 핵심 요소를 '새로운 단어를 알고 싶어하는 열망'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단어에 대한 호기심은 아이들 어휘력 차이를 가지고 오는 중요한 요인이죠. 다만 타고난다는 것이 문제일 뿐...(울어도 되나요? 같이 웁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단어 뜻에 대한 질문이 많거나 적거나 없거나, 어휘에 대한 열망이 높거나 낮거나, 공통적으로 어휘력 향상을 위해서는 단언하건데, 독서가 해결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연구들이 아이들이 사전을 찾아본다거나, 단어를 설명해놓은 단순한 뜻 카드를 사용해서 혼자 공부하는 것은 어휘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요. 가끔 부모 교육 시간에 유아들에게도 사전을 스스로 찾아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 사전을 사주시겠지만, 어린이 사전 또한 아이들의 어휘력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도구가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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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왜?


사전은 기본적으로 뜻을 '정확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서술하기 위해 어려운 표현을 써도 상관없지요. 그러므로 사전이 뜻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며, 사전을 찾아도 뜻을 이해 못할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유아들은 단어를 사전에서 찾는다고 해도, 그 단어가 사용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랍니다.


유아기는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 단어가 사용되는 상황'이 제공되지요. 호기심 많은 둘째를 둔, 제 친구 집의 아침 모습을 살짝 같이 볼게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가 오늘 아침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 했어요. 엄마가 '00아, 많이 아프면 이따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조퇴하렴.' 이라고 말했어요. 같이 듣고 있던 둘째가 '엄마! 조퇴가 뭐야?'라고 묻습니다. 엄마는 '조퇴는 학교에서 빨리 나오는 거야.' 라고 말해주었어요.


'조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해진 시간 전에 물러남'이라고 나옵니다. 아이 입장에서 아무 의미 없는 설명이죠. 아이의 입장에서 사전보다 엄마의 간단한 설명이 더 이해가 잘 되는 이유는 '언니가 아프다'는 상황과 '조퇴'를 연결하여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확한 상황에 정확한 단어를 쓰는 능력이 진정한 어휘력이에요. 이렇게 단어를 배운 아이는 '아프니까 집에 일찍 오는거구나.' '아프면 '조퇴'하는거구나.' 하고 상황에 맞게 단어를 쓸 수 있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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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료가 무엇이든 '상호작용'


그러나 매번 이렇게 새로운 단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상황이 오진 않을테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가 '조퇴'가 뭔지 스스로 묻지 않는, '새로운 단어을 알고 싶은 열망'이 없는 아이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 독서가 답이 됩니다.


백희나 글 그림 <이상한 엄마>의 앞부분에 아이가 아파서 조퇴하는 장면이 나와요.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혼자 비를 뚫고 걸어가는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조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가방 메고 혼자 집에 가네. 엄마가 누군가에게 집에 가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니, 평소보다 집에 빨리 오는 거겠지? 이렇게 평소보다 학교에서 빨리 나오는 것을 조퇴라고 해.' 이렇게 책을 통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새로운 단어를 그림책에 주어진 상황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진정한 어휘력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정말 사전이 쓸모 없냐고요? 아니에요. 사전을 찾아보는 방법도 어휘력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 카드를 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그 상황에서 성인과의 상호작용이 꼭 있어야 해요. 사전을 찾는 과정, 사전에 나오는 뜻을 같이 읽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휘력이 향상되는 것이지요. 어휘력은 향상에는 상호작용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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