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래 그림처럼 아이가 혼자서 조용히 앉아 책 읽는 모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옆집 아이는 그림 같이 앉아서 책을 보더라'.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곤 하죠. 그러나 영유아의 경우(솔직히 초, 중, 고등학생도 대부분), 아이 혼자 책을 읽게 둔다면, 독서 능력은 거의 길러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기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좋아합니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 나누기를 즐긴다거나, 스킨십하기를 좋아하지요. 독서를 할 때에도 아이와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많은 연구들이 영유아들의 독서능력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발전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상호작용 없이 혼자 하는 독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의 결과들도 있지요.
2010년에 나온 흥미로운 연구 하나를 소개할게요. 스마트 TV나 패드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자책도 아이들(유치원생)의 독서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살펴본 연구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전자책(역동적인 시각, 음향 효과가 있고, 배우가 생생하게 읽어주는 이야기책, 아이가 이곳저곳 누르면 추가로 다양한 소리와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책)을 보여주면서 교사와 상호작용을 한 집단, 전자책을 혼자 보게 한 집단, 종이책을 선생님께서 읽어주며 상호작용을 한 집단으로 나누어서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 결과 전자책, 종이책 상관없이 책을 보여주면서 선생님과 상호작용을 한 집단이 유의미하게 독서 능력(음운 인식 부분)이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혼자 본 집단은 전자책이 화려하게 책을 읽어줬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고요. 결국 종이책, 전자책 상관없이 영유아 시기에는 성인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주는지가 독서 능력 키우기의 핵심 열쇠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상호작용을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그것이 책을 통한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래서 '책 대화'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책 대화'라는 것이 참... 우리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잖아요. 어렸을 때 책을 읽고 대화하는 상대는 주로 형제, 친구, 선생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하고 책 대화 별로 한 적 없는데요?'라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도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자기가 읽은 책 내용을 부모님께 말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러한 방식의 상호작용이 그 아이의 독서에 대한 사랑을 망치지 않는 더 좋은 방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시절 부모님들은 책을 읽어주시지는 않아도,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죠.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도 하고, 감정 표현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하곤 했습니다. 텔레비전도 혼자 보는 법이 없었죠. 대부분의 집에 한 대뿐이니까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지금은 각자 다 자신만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죠. 아주 어린아이도 혼자 책을 볼 수 있도록 패드도 사주고, 읽어주는 펜도 사줍니다. 그것이 '나쁘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아이들이 '타인과의 상호작용 기회를 뺏긴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하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지요.
의도적, 의식적으로 교육하려고 하면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를 '들들 볶는다'는 겁니다. 재료가 타지 않을 정도만 지지고 볶아야 하는데 다 타버려도 모르고 계속 들들 볶으면 결국 그 재료는 다시 쓸 수 없게 되지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도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독서 교육 방법들은 죄다 아이들을 들들 볶는 방법(필사, 하브루타 등..)만 제시합니다. 뭔가 '있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좋은 요리가 되려면 적당히 볶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독서를 가르치는 셰프의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셰프인 부모도 독서교육은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나마 조금 실천하기 쉬운, '팬 달구고, 기름 한 숟가락, 소금 한 티스푼 넣고, 5분간 타지 않게 저으며 볶으세요.' 정도의 방법을 소개해드리는 것이 이 책의 목표예요. (웃음)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딱 한 가지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질문 안 하기'입니다. 질문을 자꾸 하다 보면 아이는 책 읽기에서 '뭔가 엄마가 정답을 바라는구나' 하고 압박감을 느끼게 되지요. 그런데 그 정답이 뭔지 몰라서 괴롭습니다. (중심 내용을 어떻게 찾는 건지, 주인공이 누군지 어떻게 아는지, 아이들도 배운 적이 있어야 압니다. 안 가르쳐주셨으면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독서 동기를 망가트리는, 부모는 질문하고 아이는 대답하는 방식의 독서 교육은, 특히 가정에서는 하면 안 되는 방법입니다.
그럼 어떻게 대화를 하냐고요? 앞서 제가 강조했던 것처럼 아이에게 질문하지 말고,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해보세요. (대화하는 게 뭐 별거야? 참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제가 자문을 하려고 질문을 던진 순간, 그 질문에 아이가 답해줄 것입니다. 진짜예요. 전혀 안 듣고 있는 것 같던 저희 아이도 그랬다니까요. ㅎㅎ
글이 너무 길어진 관계로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는 다음 글에서 다루어볼게요 ^^
<참고문헌>
Segal-Drori, O., Korat, O., Shamir, A., & Klein, P. S. (2010). Reading e-books and printed books with and without adult instruction: Effects on emergent reading. Reading and Writing, 23, 913-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