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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Mar 31. 2017

용서 (2)

“오늘은,,,,제가,,, 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네”

“그런데,,, 실은 이 얘기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무섭기도 하고..”

“마음 가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일 년 동안 계속 고민했었는데,,, 누군가에게,,, 음,,, 그게 이 얘기를 하고 싶어,, 아니 그보다,,,,

누군가에게 해야 한다는,,,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 죄책감 때문에.”

“,,,,,,,,네.”

“그,,, 잘 모르겠습니다. 말하고 나서 편해지려는 건지,, 뒤늦게 용서라도 받고 싶은 건지,,, 이미 늦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지금 하시기 불편한 얘기 시라면 꼭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 아니요 그래도,,, 아마 후회하겠지만,,, 이야기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일 년 동안이나 자신의 속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던 그는 오늘따라 비장한 어조와 표정이다. 

아니 그보다 어떤 책임감과 의무감이 그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면 시작하시죠.”

침묵

상담 심리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

‘침묵의 의미를 이해하라.’

사람의 비언어적 표현에는 세 가지가 있다. 몸짓과 표정 그리고 호흡.

한숨과 심호흡, 침을 삼키는 것, 목을 그르렁 거리는 것까지도 유의미한 것이다.

천천히 천천히

지금 상담 의사의 역할은 그저 기다리는 것.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언제라도 환자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환자의 아주 작은 표현에도 리액션을 보여야만 한다. 


섬세하고 사려 깊게.

큰 잘못을 숨겨왔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스스로 얘기를 꺼내는 것처럼

용기를 쥐어짜고 있다.

 마치 솜이불처럼 요람처럼 따뜻하고 지지적인 태도를 보여줘야만 한다.

엄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란다. 용기를 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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