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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Jul 05. 2017

24살의 대학생 커플-남과 여(1)

24살 대학생 커플이 있었습니다.

같은 학교 CC 였던 두 사람은 20살에 처음 만나 1500일째 만났습니다.

친구들 눈을 피해 처음 손을 잡았던 날,

여자 친구 집 아래층 계단에서 처음 한 키스와

과 엠티를 간다고 부모님을 속이고 처음 갔던 부산 여행,,

서로가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설레임과 생생함을 온전히 느끼고 공유해갔습니다.

청춘이었죠.

법대생이었던 남자는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사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정치학과였던 여자는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지요.

2년 안에 같이 시험을 통과한 후에 결혼하자는 약속을 했고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같은 목표를 위노력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행복했습니다.


남자는 돈암동에 살고 있었고 여자의 집은 일산이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여자 친구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도서관 자리를 맡아주던 남자는 조금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동기들은 여자 친구가 고시원으로 도시락을 싸다주며 뒷바라지를 해주는 덕에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데, 자신은 하루에 2-3시간은 낭비하는 게 아닐까.

1차 시험에 두 번째 떨어지자 그런 생각은 더 강해졌습니다.

이틀에 한 번에서 3일에 한 번, 1주일에 한번,,,,

한 달에 1,2번밖에 여자 친구를 못 볼 때도 있었고, 짜증을 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싸우고 연락이 일주일 넘게 없을 때면 남자초조해졌습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을까, 내가 너무 심했나, 혹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진 않을까 

그럴수록 공부는 더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여자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어 연락을 하지 않고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집 앞으로 찾아갔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남자는 밤 12시가 지나서야 외제차에서 내리는 여자 친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이 온 남자는 여자 친구가 두 번 정도 소개시켜 주었던 같은 과 선배였습니다.


같이 스터디를 하다가 너무 늦어서 집에 데려다주었다는 설명에 남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내가 사법고시를 패스하면, 여자 친구와 그 부모님 앞에 당당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남자가 사법고시 1차에 3번째 떨어졌을 즈음

여자는 아나운서 시험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남자는 여자 친구가 해왔던 고민과 노력, 힘들었던 시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진심으로 기뻤지만,

나는 그동안 뭘 했나, 왜 이리 뒤처졌을까 하는 생각에 제대로 축하해주지 못했습니다. 자괴감, 자격지심, 괜한 짜증과 부끄러움에 잠을 깊이 못 자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TV 에 나오는 여자 친구와 고시원에서 컵라면에 밥을 말아먹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매일 낮아지는 자존감과 비참함을 견디기 힘들었던 남자는 결국 여자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이별을 결심했습니다.


합격을 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리라, 그때까지는 절대로 연락하지 않으리라

모질게 마음먹은 남자는 핸드폰을 정지시킨 후 고시원에 틀어박혔습니다. 남자의 친구들과 어머니를 통해

몇 차례 여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었지만, 남자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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