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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Jun 02. 2017

어떤 직업을 가져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많은 대학생들이 제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곤 합니다.

공무원이 되면 안정적인데 경쟁이 너무 세다,,,

벤처는 잘 되면 대박인데, 확률이 너무 낮고 야근도 너무 많다,,,


어느 직업을 가지는 게 안정적일까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이런 질문에 답할 만큼 경력도 경험도 없습니다.

좋은 집이나 좋은 차도 없고 연봉도 친구들보다 훨씬 적습니다. 

학생 시절엔 지각과 대출을 밥먹듯이 했고, 예과 시절엔 학사 경고도 받았습니다.


의대 시절 6년 동안 수백 개의 시험을 치르고 드디어 국가고시를 통과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제 고생 끝났다, 좀 편하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일하면 멋있고 폼도 나겠다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런데 어떤 친구는 '내일부터 내가 환자를 보게 되는데 실수할까 봐 겁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지'

라는 말을 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그 친구에겐 경제활동의 수단이 아니라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자격이자 의무였던 거죠. 

부끄러움과 존경심을 느끼게 해 준 그 친구는 한결같은 성실함과 태도로 좋은 의사가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행복과 만족도가 연봉의 액수나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새로 산 외제차 사진을 올리고 천만 원이 넘는 시계를 자랑할 때면 

아무리 검소한 척, 겸손한 척 해도 가끔씩은 부럽고, 못난 질투심이 생깁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가 되었다면?

의대에 오지 않고 변호사를 했다면?

미국으로 대학을 가서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했다면?

훨씬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과 후회를 하는 대신에 

정신과 의사라는 제 직업에, 일할 수 있는 기회에, 건강함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 유명한 사람, 잘생긴 사람들이 부러운 것은 끝이 없겠지만

누군가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고, 불쌍하고 힘없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나를 알고, 부족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

자존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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