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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Sep 13. 2017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도 괜찮을까요.

얼마전부터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를 통해 상담을 문의하는 분이 꽤 많아졌는데 조금 놀랐던 것은 그 중 절반 이상이 연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왜 이걸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딱히 어디 가서 상의할 곳이 없어서 / 친구들에게 묻기엔 쪽팔리거나 이미 너무 많이 물었거나.


정말 애매하고 누구도 답을 내기 힘들죠.

설령 답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구요. 연애는 우리의 삶에서 생각보다 큰 부분입니다. 정말로 내가 죽을만큼 힘들었거나, 숨막히게 행복했던 기억은 일이나 직장에서가 아니라 연애와 관련된 것들이니까요.
바보같았고, 미쳤었고, 지구가 망한 것처럼 우울하고. 밤새 핸드폰만 들여보다가 아침엔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빠져있고, 치킨을 앞에 두고도 입맛이 없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유는 보통
1. 지금 너무 외로워서
2. 똥차 지나고 벤츠가 온다던데, 혹시 스쿠터가 올까봐
3. 그때의 내모습, 혹은 우리가 그리워서


 헤어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지 않는 이유는 보통
1. 똑같은 상처를 반복하기 싫어서
2. 새로운,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봐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이 사람들도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고민하고 불안해 하는 것뿐이구나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예전의 추억이, 순수함이, 더 어리고 열정이 있었던 지나간 시간에 투영된 자신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연애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같은 건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후회나 미련은 남게 마련이겠지요.


전 남친이건 새로운 사람이건 다시 연애를 시작하기 전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공감받을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는지
내가 아파하고 예민했던 것에 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지
그 사람앞에서 정말로 내가 나다울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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