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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Mar 31. 2017

예비 신부의 남동생이 정신병이에요

친했던 후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로 능력 있고 예의도 바른 친구였지요.

좋은 신붓감을 만나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우연히 신부의 남동생이 조현병으로 

입원 경력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형 진지하게 묻는 건데 이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가 하는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조현병 조울증 주요 우울증 환자의 통계만 3% 를 넘는다. 얼추 계산해도 150만 명은 정신과 질환을 갖고 있다. 범위를 넓혀보면 부모형제 사촌 중에 심각한 정신과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략 800만 명이 넘을 것이다.

이 통계는 얼마나 정신과 질환이 일반적인지,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형 그럼 하위 20% 라는 거잖아요, 형이라면 하시겠어요?'

'착한 대답 말고요 제가 정말 친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모든 병은 가족력이 있을 때 발병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정신과 질환도 마 친가지입니다. 

하지만 '결혼할 사람 아버지가 암이나 중풍이 있으신데 결혼해도 될까?'라는 질문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현병을 기준으로 볼 때 형제 중에 한 명이 조현병이라면 

일반인보다 조현병 발병률이 대략 7배 정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준으로 

볼 때 0.6% 의 발병률이 4.2% 정도가 되는 것으로 고작 3.5%가 늘어났을 뿐입니다. 

너무나 사랑한다고 인연이라고 말하면서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위험과 갈등, 

어려움은 다 견뎌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정신병의 발병 위험이 고작 정상보다 3.5% 높은 것에는 

왜 이렇게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왜 아직도 정신과 질병에만 이렇게 무섭고 잔인한 선입관과 차별적인 잣대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저 결혼이 깨지게 된다면 착하고 어린 신부는 평생 남동생을 원망하게 되고 

가족들 모두가 환자를 죄인 취급하게 될 겁니다. 병세는 더 악화되고 예후는 더 나빠지겠지요 

부디 제 후배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제가 의대생 시절부터 들어왔던 질문이고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주변의 인식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함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그런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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