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후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로 능력 있고 예의도 바른 친구였지요.
좋은 신붓감을 만나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우연히 신부의 남동생이 조현병으로
입원 경력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형 진지하게 묻는 건데 이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가 하는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조현병 조울증 주요 우울증 환자의 통계만 3% 를 넘는다. 얼추 계산해도 150만 명은 정신과 질환을 갖고 있다. 범위를 넓혀보면 부모형제 사촌 중에 심각한 정신과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략 800만 명이 넘을 것이다.
이 통계는 얼마나 정신과 질환이 일반적인지,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형 그럼 하위 20% 라는 거잖아요, 형이라면 하시겠어요?'
'착한 대답 말고요 제가 정말 친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모든 병은 가족력이 있을 때 발병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정신과 질환도 마 친가지입니다.
하지만 '결혼할 사람 아버지가 암이나 중풍이 있으신데 결혼해도 될까?'라는 질문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현병을 기준으로 볼 때 형제 중에 한 명이 조현병이라면
일반인보다 조현병 발병률이 대략 7배 정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준으로
볼 때 0.6% 의 발병률이 4.2% 정도가 되는 것으로 고작 3.5%가 늘어났을 뿐입니다.
너무나 사랑한다고 인연이라고 말하면서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위험과 갈등,
어려움은 다 견뎌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정신병의 발병 위험이 고작 정상보다 3.5% 높은 것에는
왜 이렇게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왜 아직도 정신과 질병에만 이렇게 무섭고 잔인한 선입관과 차별적인 잣대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저 결혼이 깨지게 된다면 착하고 어린 신부는 평생 남동생을 원망하게 되고
가족들 모두가 환자를 죄인 취급하게 될 겁니다. 병세는 더 악화되고 예후는 더 나빠지겠지요
부디 제 후배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제가 의대생 시절부터 들어왔던 질문이고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주변의 인식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함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그런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