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한 달이 된 남자 친구와 라라 랜드를 보았어요, 소개팅으로 만난 세 살 연상의,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니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을 흘리더군요. 처음엔 무척 감성적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후 전 여자 친구를 떠올렸구나란 생각에 무척 불쾌했어요 '미련이 남아 있다' vs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주제로 우린 언쟁을 시작했고 크게 싸웠어요. 결국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것에 실망하여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라라 랜드를 두고 참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미아가 세바스찬을 배신한 거다 vs 세바스찬이 미아와 함께 갔었어야 했다
결말이 새드 엔딩이냐 해피앤딩이냐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여자가 성공하고 유명해 지니까 전 남자 친구를 버렸다는 식으로까지 몰고 가더군요. 연애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람마다 이전에 경험했던 사랑과 이별, 상처들이 투영되어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게 되기 때문 일 겁니다.
연애 초기를 지나 상대방과 부딪힐 경우, 우리는 흔히 상대방이 이기적이다, 나에 대한 정성이나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서로의 가치관이 다를 뿐'인데 말이죠.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이 사람과는 여기 까지는구나'라는 걸 직감하기도 하고, 몇 번의 고비를 잘 넘기기도 합니다. 지난번 연인에게 했던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고, 헤어진 사람에 대한 미련이나 잔상이 지금의 연애를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의 주장을 앞세우면서 싸움도 할 것이고, 진로나 취업문제, 이사, 유학, 가족으로 인한 갈등,,,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운 일보다 다투고 화해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건 어쩌면 필연적일지도요.
'이젠 내가 중요하지 않구나' '더 이상 내가 매력이 없는거야', '마음이 변하고 무뎌졌구나'
가까워질수록 기대하고 더 실망하고, 미워하게 되겠죠. 더 원하고 의존하게 될 것이며, 투정 부리고,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모습도 보이게 됩니다. 어쩌면 부모에게조차 언급한 적 없는 상처나 트라우마에 대해서 얘기할수도 있겠지요.
이 모든 갈등은 어쩌면 '이 사람이 정말 나의 가족이 될 만큼 나를 수용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일 겁니다. 상대방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상처를 주고받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떤 사람은 지나간 연애를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합니다. 더 좋은 상대를 만나기 위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성장통으로 받아들이라고요.
하지만 10대의 연애건, 20대 초반이건
내가 미성숙하거나 환경이 열악했을지라도
돌이켜볼 때 아픈 기억들이 훨씬 많았다고 할지라도
모두에게 있어서 그때의 연애는 그 순간 나에게 있어 최선이었을 겁니다.
어른스럽지 못하고 부족했을지라도 그 시절 나의 모든 것, 가장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함께 나누었음을.
존중이란, 진실된 배려란 과연 무엇일까요.
그 시절의 내가, 앞으로의 내가 사랑과 사람을 대함에 있어 최선을 다할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수없이 하게 되겠죠.
아마 그 순간마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주고받은 마지막 눈빛이 떠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