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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Mar 31. 2017

미녀와 야수

"벨 당신이 행복해지려면 이 마을에서 가장 힘세고 잘생긴 나와 결혼해야만 해, 

부모님이 돌아 가실 때까지 결혼을 못하면 구걸이나 하면서 살게 될 거야"

"아름다운 그녀가 내 발을 주무르며 행복해할 걸 상상해봐"

가스통의 대사를 보면 여성에 대한 왜곡된 통념과 차별적 편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여성의 행복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다. 똑똑한 여자는 마을을 시끄럽게 할 뿐이야 라는 

마을 사람들(심지어 여자들까지도)의 생각이 주는 불쾌감은 명백히 폭력적입니다.

과거 왕자와 공주 스토리나, 용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는 주인공은 언제나 남자였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는 그저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기도를 하면서 성에서 기다리는 역할이었죠.

미녀와 야수에서는 어떤가요. 마을의 남자들은 모자라고 한심하며, 

마초적인 허세와 향락 속에서 무너져가는 중입니다. 주인공인 왕자조차도 파티와 쾌락 속에 

허우적대다가 급기야 짐승으로 변해버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변화를 포기한 채 그저 권력자에게 이용당할 뿐입니다. 

배움과 이성적인 판단을 포기한 대가로 의심과 불안만이 마을을 뒤덮고 이는

분노와 광기가 되어 야수가 사는 성으로 향하게 됩니다. 

야수는 그들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정말 무서운 저주는 야수의 성이 아니라

벨이 사는 마을에 걸려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0년 전 대한민국은 벨이 살던 마을과 얼마나 달랐을까요 혹은 2017년인 지금은 어떨까요 

남자들의 가치관, 페미니즘에 대한 선입관, 남혐과 여혐, 

데이트 폭력, 인터넷 악성 댓글.... 여전히 불안과 광기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처음엔 두렵기만 했던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배우게 되었다는 것

미녀와 야수에게 생긴 변화와 사랑이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테지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년기의 상처에 갇혀있던 야수를 왕자로 만든 것은, 저주받은 마을을 구한 것은 

영웅도, 마법도 아닌 

다름 아닌 여성의 현명함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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