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Sep 15. 2019

추석에 만난 세사람

대구에 사는 홍식이.
판교에서 블랙야크하는 형섭이형
인천의 재형이와 희경부부.

'어른이 되면 괜찮을줄 알았다' 에필로그에 언급한 세사람이다. 여자친구와 더불어 나를 치료해주고 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준 사람들.
2018년 무너지고 초라한, 매일 징징대고 한숨쉬던 나를 짜증한번 내지않고 받아주었다. 100번이 넘게 전화했고 열번이 넘게 찾아가 힘들다고 매달렸다. 이들이 보여준 인내심과 우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하루를 지탱하며 살수 있었던게 아닐까.

여자친구와 이 세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7평짜리 오피스텔에서 LoL이나 하며 여전히 우울증의 동굴속에 있었을 것이다.
이들덕에 나는 살아있다. 병원을 개업했고 책을 썼으며 다시 웃는법을 배웠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을 더 따뜻히 바라볼수 있게 되었다.

우울해요 너무 힘들어요 라는 환자들의 말을 들을때면 '괜찮아질겁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2018년과 여자친구, 이 세사람을 떠올린다.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지 너무 잘알기에 쉽게 머라 말을 할수 없다.
그저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곁에도 홍식이와 형섭이형, 재형이가 있기를.

나는 지난 38년간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 자만했고 이기적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내곁에 남아주었다.
남은 시간이 30년일지, 40년일지 알수없지만
내게 주어질 운과 행복이 있다면 온전히 여자친구와 이 세사람, 그리고 내가 만날 환자들을 위해 살고 싶다. 어쩌면 인생은 그것으로 충분한게 아닐까.

설령 이들에겐 내가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올 인생의 굴곡과 힘든순간에 항상 내가 곁에 있음을. 새벽이건 미국에 있건 달려갈 것이란걸. 떠올려줬으면 한다.

이들과 한번이라도 더 많이 밥먹고 여행을 가고 충만함과 감사를 나누며 삶의 희노애락을 공유할수 있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 있을까.
부족한 글재주로 다 표현할수 없을만큼 이들을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을 기다리는 응급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