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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May 28. 2021

인터넷은 공격한다

  인간의 눈과 귀와 시간을 5인치 작은 화면에 모두 집중시키게 만든 스마트폰의 역사와 함께 세상의 모든 자본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작은 화면에서 인류의 희로애락이 폭발한다. 마치 빅뱅을 닮았다.


  광고나 홍보를 하기 위한 인간의 전략은 기자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지던 시기 이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사라질 수가 없을 것이다. 생산품을 만들어 판매를 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 그 원리를 알면 돈이 모이는 곳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 광고판이 설치되는 법이고, 사람들의 눈과 귀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이 그래서 비싸다고들 하지 않는가


  스마트폰은 광고주들에게 가장 좋은 광고판이 되었다. 이제는 길거리에 전단지를 붙이지 않는다. 인터넷에 전단이미지를 뿌려, 모두들 각자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보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거리가 아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는 사이트가 다운타운이 되어버렸다. 


  다운타운 광고판 최고의 명당은 포털 메인화면이다. 집 안에 앉아있는 할머니도 나이가 어린 학생들도 신작로 유흥가에는 가지 않지만, 각자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포털 메인화면을 하루에 몇 번 이상은 반드시 간다. 5천만 인구의 정해진 눈과 귀를 잠식하는 인터넷 포털의 자리 경쟁. 그 자리에 광고를 하기만 하면 하루에 5천만 명이 보게 되어 있는 구조. 바로 여기에서 돈과 권력과 욕망과 본능이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5인치의 작은 화면에서 사람들을 유혹할만한 광고를 하려면 대자보 크기의 이미지는 불가능하다. 단 한 줄의 문장과 짧은 텍스트로 승부해야 한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광고의 문구는 자극 천연 일색으로 강화되어간다. 도대체 어디에서 그러한 단어들이 나왔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표독스럽다. 온갖 비속어들이 그 유래도 밝혀지지 않은채 어린아이와 어른 너나 할 것없이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 버젓이 사용하고 공유된다. 단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어색함없이 남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 한글의 역사도 광고홍보를 위한 각자의 노력에서 오늘날까지 변모해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들도, 학생들에게 지식을 판매하는 학원들도, 기사를 판매하는 언론사들도 모두 이러한 광고의 전쟁터에 사활을 걸었다.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고 집 안의 소파에 파묻혀서 5인치 스마트폰만을 쳐다보는 코로나 시대의 광고 전쟁터에 그야말로 목숨들을 걸었다. 특히 언론이라는 매체는 단어와 문장을 매매하는 전문 집단이라 그런지 언어전달의 표현 자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렬한 자극으로 그럴싸하게 중무장한다. 기사 제목의 끝에 '충격'과 '경악'이라는 단어을 쓰지 않으면 이제 그들은 도저히 돈을 벌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 과연 한자에 능통했던 우리의 선조들도 이러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였을지 의문이다.


  날이 갈수록 언론이나 각종 광고홍보물의 자극 수위는 높아진다. 육감적인 썸네일은 물론이고, 마치 클릭하지 않으면 나만 뒤쳐져있는 듯한 문구로 사정없이 개개인을 공격한다. 이제는 광고가 아닌 공격의 시대로 돌변하고 있다. 평소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은 기사를 클릭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이제 금방이라도 폐암으로 죽으리라는 협박성 기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지난 번에 투자한 주식을 오랫동안 묵혀두리라 마음먹었던 개인 투자자들도 코스피 폭락 이라는 공격적 낚시기사 제목에 식은땀이 난다. 임신을 한 여자는 자기네들이 만든 영양식을 먹지 않으면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내용의 제조식품 홍보문구를 보고 과연 기사를 외면할 수 있을까.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이 좋은 코로나 시기를 놓치면 평생 성형수술을 할 수 없다고 홍보하는 성형외과는 가히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수술을 하지 않고 먹는 약만으로 탈모가 완벽하게 치유된 정체불명의 사진은 기본이요, 최신 아이폰은 여기나 저기나 모두 죄다 0원이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다는 K웹툰과 관련한 썸네일들도 성생활과 불륜을 연상케하는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인간의 은밀한 욕망과 타락의 욕구, 한탕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위의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문화가 바로 '스마트폰의 기사와 광고홍보물들'이었던 것.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기사도 아니고, 광고물도 아니다. 말없이 합법적으로 사람들을 낚아채고 찌르고 죽이는 살인무기가 되었다. 부디 한놈만 걸려라.


  이러한 시대에 스마트폰의 각종 광고물이나 포털메인 화면을 쳐다보며 침착하게 살아남기는 힘들다. 그 작은 포털의 메인화면에 자리한 각각의 기사제목들과 썸네일의 문구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모인 기업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경쟁하고 돈을 들여서 만들어낸 응축물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이 나라의 모든 거대자본구조의 소실점이 당신의 스마트폰 액정의 텍스트 단 한줄에 압축되어 있다니. 당신이 그것을 터치하는 순간 그들이 마련해놓은 덫에 보기좋게 걸려들게 되어있는 구조라니.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양자역학의 효과는 휴대폰 속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어느 날이고 적어도 하루 동안의 휴일이 주어진다면 스마트폰을 절대로 쳐다보지도 말고 가지고 다닐 생각도 말고, 빈손으로 공원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앙증맞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휴대폰 없이 사람을 만나서 나무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고 커피를 마셔보라. 포털의 메인기사를 읽는 대신, 휴대폰 없이 도서관에 가서 감성이 있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고, 이불 속에서 배가 터지도록 입을 채우는 먹방유튜브를 보는 대신, 휴대폰 없이 가족들과 가까운 레스토랑에 가서 따뜻한 김이 나는 리조또를 나누어 먹는 기쁨을 누려보라.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서 혈안이 된 집단의 아지트인 5인치의 작은 화면을 제 돈 주고 사서 스스로 사로잡히는 짓을 하지 말고, 각자에제 주어진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오히려 그것들을 다스리고 통제하는 능력이 갖추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인터넷은 당신을 공격한다. 공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인터넷을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인터넷을 이용해서 얻는 이익보다,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소비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지낸다고 생각하면 꼭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걱정스럽겠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그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인터넷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당신을 공격한다. 

되도록 가능하면... 최대한 멀리하라.

당신의 현실을 위해서,

고유의 인간다움을 위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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