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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

by Silverback


자신의 모습을 가족이 찍어준 동영상으로

자세히 목격해본 경험이 있는가?


이 시대의 아빠들은 열심히 캠코더나 폰을 들고선

가족들을 열심히 찍어주지만,

막상 아빠의 자신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는 횟수가 적다


언젠가 하루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이었던지

집으로 돌아와서도 기분이 우울해있던 저녁

내가 다소간의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집안의 정적을 휘감고 있으니

아내가 평소와 다른 나를 관찰하는 것 같고,

딸내미도 슬슬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마치 냇가에 손을 집어넣으면 도망가는 송사리들처럼.


그로부터의 어느 명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무심코 동영상으로 찍어준 나의 모습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표정의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평소에 이렇게 인상을 쓰고 살았던가?"

"나의 제스처와 기척이 이렇게 완강하였던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고정되어 있어서

그 자체로 보호되어 있다.

아빠건 엄마건 자녀이건 간에,

밖에서 활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온 사람은

그 집안에 머문 사람들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제야 느끼게 되었다.


나 스스로 가정 안에서 행동하는 모습이

가족들에게 어떠한 느낌을 주고,

어떠한 인상을 풍기는지

가끔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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