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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

by Silverback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은

한 가정을 이루는 커다란 흐름이다.

그 흐름은 세상을 압축해놓은 작은 질서이다.

가정은 작은 세상이다.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종의 정화의 의식을 치른다.

자신의 단점이 2세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2세의 번영을 도모한다.

유일하게 필터링을 하는 동물.

바로 인간.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완전한 약자에 대한 입장을 만들어가게 된다.

손 끝으로만 건드려도 죽을 수 있는 섬세한 핏줄에 대해서

가치관을 정립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감을 확립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어린 자아가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한다.

사실 그 자아는 자신 마음속에서도 자라고 있다.

자아는 눈 앞에 작은 생명체로도 존재하고,

자기 자신의 영혼으로도 존재한다.

육아란 바로 자의적 도플갱어.

이때부터 인간은 정신적인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이 올바른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가르치게 된다.

그것을 가르치려면 본인부터 정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는 육아와 함께 공부를 시작한다.

즉, 아이가 어른을 가르치게 되는 셈이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으면,

인생의 중요한 공부의 일부분을 빼먹는 것이 된다.

육아를 통해서, 부모 자신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완벽한 시스템을 한번 깊고 진하게 경험하게 되면,

이 세상에 창조주가 없다고 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성장시키는

결혼과 육아와 가정의 성립을 소중히 여기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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