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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l 05. 2021

개인정보를 얻기 위한 사투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다들 알겠지만, 그 속에 담긴 개인 연락처들과 각종 사진, 그리고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 같은 정보를 오픈할 것인지 비공개할 것인지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나는 아이폰을 쓰고 있지만, 아마 갤럭시나 기타 안드로이드 폰들도 모두 마찬가지의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인정보라는 것이 중요해지고 예민한 것이기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들은 아주 세세한 설정까지도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도록 광고하고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는 개인의 연락처와 사진, 각종 수많은 문서와 암호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연락처만 해도 수백 명이며, 암호도 십 수 가지가 넘을 것이며, 사진이나 동영상도 평균 천여 개 이상일 것이고 게다가 본인이 이동한 위치도 불과 1m 이내의 오차도 없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한 인간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스마트폰을 장악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기호에 맞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광고하고 홍보하고 알림을 보내고 결국 그로부터 물건을 판매하는데 쉽게 성공하지 않을까. 그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그가 몇 년생인지, 그가 주로 검색한 단어들이 무엇인지, 자주 방문하였던 사이트가 무엇인지, 주로 이동한 곳이 어디였는지, 생일이 언제인지 알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을 파악하고 그 사람에 맞는 물건을 파는데 이보다 더욱 손쉬운 방법을 없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목숨 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화성 동탄에 있는 나의 집에서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 휴대폰을 보니 네이버 웹페이지에 화성 동탄 지역의 정보가 담긴 추천글 같은 것이 자동으로 뜨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동탄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휴대폰에 무엇인가 저장이 되어서 그렇다고 느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는데, 몇 시간 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도착해보니 해당 페이지에서는 보란 듯 강북구 관련 위치기반의 정보글들로 업데이트되는 것이었다. 



평소 휴대폰을 쓸 때 모든 위치정보를 100% OFF 하고 쓰고 있는 나는 이때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거대기업의 돋보기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구나'


며칠 후, 사용자가 휴대폰의 위치정보 설정을 모두 OFF 하더라도,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지 네이버 측과 애플 측에 위치정보와 관련한 내용을 문의해보았다. 


네이버 측의 설명


애플 측의 설명



  결론은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는 휴대폰 사용자의 IP대역(이것은 위치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네이버 측의 입장)을 이용해서 사용자의 대략적인 위치(아마도 기지국 같은 것이 설치된 대략적인 지역)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휴대폰에서 모든 위치서비스를 꺼 두어도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혹은 셀룰러를 통해서 사용자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만약 이렇다고 한다면 위치정보를 켜고 끄는 기능은 도대체 왜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략적인 위치 파악일 뿐이니 문제가 없다는 식일까.


  기업들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한 사투는 비단 위치정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특정 사이트를 방문할 때 휴대폰이나 PC에 저장되는 캐시(임시 저장되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사용자 맞춤형 광고가 뜨는 것을 사람들은 매일매일 겪고 있다. 내가 평소에 애견용품을 많이 검색하고 관련 사이트들을 많이 방문하였다면 각종 사이트들의 광고가 애견용품 광고로 업데이트된다. 당신의 출생연도와 당신의 성별, 당신이 찾고 있는 약품, 당신이 머무는 지역도 결국은 모두 기업에 노출되게 되어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막상 휴대폰 제조사와 각종 포털사이트, 거대 SNS 기업들은 개인들의 정보와 보안을 지켜준다고 하고 있지만 그 보안이라는 것이 결국은 자사의 제품을 해당 로그인 사용자에게 팔 기 위한 일종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상술이 아니고 무엇인지 그 크나큰 허탈감과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론 나 같은 일개 시민의 정보를 누가 호기심 낼 이유도 없겠고, 나의 정보가 대단한 값어치를 가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어디 숨어서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만 알고 있는 나의 정보를 이용해서 지구를 폭파시키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나 자신이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로서 거대한 조직이 나를 파악하는 것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며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보호받고 자유롭게 생활할 권리는 갖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일 아쉬우면 휴대폰을 아예 쓰지 말고, 포털사이트도 들어가지 말고, SNS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을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마음만 먹으면, 거대 자본과 힘을 가진 기업과 단체들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합법'이라는 명목 안에서 마음대로 요리하고 조리하는 시대. 그것이 4차 산업의 시대일지도 모른다. 빅 데이터가 수집되고, 그것이 세상을 점령하고 통제하는 시대. 과연 그것으로 개개인들이 행복해질 것인지, 아니면 거대 자본과 기업들이 행복해질 것인지 반드시 따져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억하라, 빅 브라더는 항상 당신의 개인정보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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