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91

by Silverback



아이를 키우는 일은 모래시계를 쳐다보는 것과 비슷하다.

작년에 저만큼 성장하였으니,

올해에는 이만큼 성장할 것이고

내년에는 그만큼 성장하리라 예상하고 관찰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쳐다보면 즐겁고

즐거우면 다시 쳐다보게 되고

쳐다보고 있으면 또 시간은 흐르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의 티를 벗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탈피하는 순간들이 가끔 올 때

한 걸음씩 부모와는 거리가 생기게 된다.

그것은 일종의 계단식 그래프.

부드럽고 완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는 법.

감내하는 수밖에....


서로 즐겁고 신기하고 정신없을 때,

가끔은 완전히 멈추고 정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의 아이는 어떻게 크고 있는가.

양파는 도대체 언제 먹게 될까

왜 그 이상한 옷을 사달라고 했을까.

왜 밤 10시에 나가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일까

무심코 뱉은 말에 상처 받은 일이 있었을까.

혼자 있게 놔두어볼까

...

..

.

서로의 관계가 약간 느슨해져서 어느 정도의 거리가 생겼을 때

약간 멀리서, 서로를 다시 온전하게 바라볼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stop & think



j2020-12-31-0011.jpg


어느 누구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생각에 잠길 수 없다

- 한나 아렌트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