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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Oct 31. 2021

살빼기 전쟁 2

몸뚱이란 무엇인가

  조깅을 시작으로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사실 체중관리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운동보다도 음식조절과 신체구조에 대한 이해였다. 사람들은 살을 빼고 비만관리를 하기 위해서 다짜고짜 운동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식사조절만으로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 다이어트는 가능하다. 이 부분은 신체에 대한 이해와 식사량 조절이 가장 큰 변수이다.


  나는 조깅을 시작하면서부터 곧바로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케이스이다. 그때 당시만 해도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간헐적 단식이라고 하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 날을 정하여 그때에만 공복을 18~24시간 정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물론 24시간 이상이나 36시간 이상을 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8~24시간이 적당하다). 예를 들어 월요일 저녁을 평소대로 먹었다면 그 이후 화요일 저녁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할 필요는 없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간헐적 단식이므로 2~3일에 한 번만 실행하면 된다.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란 입 안으로 순수한 물 이외에 아무것도 집어넣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단 한잔의 커피나 차도 안된다. 물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목마르지 않을 정도의 순수한 물 몇 잔 이외에는 그 무엇도 섭취 금지인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 이외에는 평소대로 먹어도 되고 가끔 과식이나 폭식을 해도 상관이 없다.


  공복을 유지하게 되면 몸에서 시트루인 이라는 것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내가 과학자가 아니라서 자세한 기작은 모르지만, 그것이 사람의 세포를 젊게 만들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내가 간헐적 단식을 하던 시기에 피부 표면이 좋아지고 얼굴 잔주름이 약간 개선되는 듯한 효과를 보았던 것도 아마 이러한 현상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공복의 좋은 효과는 그것 말고도 상당히 많다. 음식이 정해진 때에 들어오지 않으면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특수한 보호막을 형성하고 세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한다고 한다. 마치 나라를 지키는 군대를 닮았다. 이러한 보호 시스템과 단련의 효과는 신체 연령을 낮추어주는 효과가 있다.


  사람의 몸은 그 사람의 뇌와 다른 존재이다.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우선적으로 나의 몸은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몸은 신체의 기억에 많이 의존한다. 일종의 메모리폼 베개와 같다고나 할까. 어떠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왔다면 신체는 그 리듬에 익숙해져서 그 시간에 맞추어 소화 흡수, 소모, 비축이 일어난다. 평소 아침 7시, 점심 12시, 오후 7시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던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는 나의 신체가 음식물 소화와 흡수를 최대치로 감당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에는 몸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에너지를 비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규칙이 깨져버려서 어느 날 저녁식사를 걸렀다고 해보자. 그러면 몸에서는 한바탕 작전회의가 소집된다. 저녁 7시에 접수하기로 되어있던 식사가 누락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비축되었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긴급회의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내 몸에 쌓였던 뱃살과 지방 덩어리들이 연소되기 시작한다. 저녁을 먹지 않은 만큼 몸에 있던 살이 빠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웃긴 점이 있다. 몸뚱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억에 의존하는 덩어리이므로, 만약 꾸준하게 저녁만 계속 거르게 되면 신체는 그것을 일종의 규칙으로 받아들여서 몸의 균형을 맞춘다. 즉, 하루에 아침과 점심만을 먹는 것이 정량인 줄 알고 신체를 그것에 맞도록 시스템을 바꿔버린다는 소리이다. 이렇게 되면 저녁을 계속 먹지 않아도, 오래전 하루 3끼를 먹으며 지내던 것과 동일한 상태로 체중이 유지된다. 이것이 바로 몸의 비열한(?) 방어기작이다. 꾸준하게 아침을 먹지 않는 현대인들이 점심과 저녁만 먹는데도, 하루 3끼를 적당하게 먹는 사람보다 더 많이 살이 찌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은 불규칙하게 식사의 리듬을 끊는다는 소리이며, 이것은 곧 신체에게 정해진 약속대로 몸의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하도록(신체가 정해진 리듬에 익숙해지고 나태해져서 일하지 않고 그냥 지방만 쌓아놓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속임수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간헐적 단신의 열쇠는 바로, 신체가 예측하지 못하게 허를 찔러서 지방을 불태우도록 하는 일종의 '기습공격'인 것이다.


  이러한 간헐적 단식에 유산소 운동이 추가되면, 다이어트는 완벽하게 성공한다. 그것이 다이어트의 비밀이다. 독하게 마음먹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먹을 것이 천지에 널려있는 시대에 금식을 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다. 음식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아니라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 현대인의 아이러니이다. 한 때에는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사귀지도 말라는 말이 있었으나, 이제는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과 가까이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음식을 끊은 사람의 독기는 무시무시하다는 뜻일 것이다. 하긴 내가 여러 사람에게 조깅을 비롯한 여러 식이요법을 추천하였어도 대부분이 다이어트에 실패하였으니 음식조절이라는 것은 어쩌면 죽지 않기 위해서 먹고살아야 했던 우리네 민족 DNA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금단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조깅도 그렇고 간헐적 단식도 그렇고 너무 무리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조깅은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무릎에 상당한 무리가 가는 운동이기 때문에 초보자가 무턱대고 뛰기 시작하면 단번에 고관절과 무릎 이상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조깅화도 좋은 것을 신어야 하고, 달리는 법도 공부를 해야 한다. 조깅 후에는 근육을 풀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자신의 신체조건이나 건강상태를 의사와 함께 정확하게 검진한 다음에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음식조절도 마찬가지이다.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 실행을 해보니 신나게 살이 빠진다고 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더욱 강도를 높인다거나 아무런 계획 없이 무조건 체중만 줄이다 보면 건강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인간에게 필요한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밸런스가 망가지게 되면 오히려 노화가 빨리 온다. 특히 남자의 경우 탈모나 정력 감퇴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심할 경우 특정 신체 장기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도 있다. 또한 간헐적 단식을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 또한 몇년이고 계속 유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간헐적 단식 자체를 꾸준하게 1~2년 실행하다보면 인간의 신체 자체가 마치 '스마트폰 저전력모드'처럼, 최소한의 에너지만 발휘하고 나머지 에너지는 혹시 모를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한 '인간 저전력모드'로 전환된다. 그렇게되면 평소 에너지를 적게 내게 되어 온 몸에 힘이 없어지고, 손발이 차갑게 변하며, 목소리의 크기도 줄어들고 한마디로 맥아리가 없는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몸은 각자의 DNA에 따라서 태어날 때부터 체형과 몸무게의 정도가 정해지는 것 같다. 누구는 홀쭉하고 누구는 통통하다고 해서 절대기준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과식이나 거식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각각 고유의 DNA에 따라서 살이 많은 사람은 그것이 정상이고, 살이 적은 사람은 그것이 정상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DNA 자체가 살이 좀 있고 통통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정해진 정도 이상으로 살을 뺄 수가 없다. 반대로 그 누구든 DNA 자체가 마르고 홀쭉한 것이라면 아무리 폭식을 하고 많이 먹어도 쉽사리 살이 찌지 않는다. 그것이 정상이다. 살이 많고 체중이 좀 나가는 DNA를 가진 사람이 엄청나게 노력해서 일시적으로 살을 조금 뺏다고 가정하자. 사람의 몸이란 자신의 정상적 DNA로 되돌아오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물만 마셔도 금방 살이 찌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와 반대로 살이 좀 없고 호리호리한 DNA를 가진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일시적으로 듬직한 체형을 가지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역시 사람의 몸이란 자신의 정상적 DNA로 되돌아오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음식을 조금만 줄여도 금방 살이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다이어트와 체중감량의 중요한 변수는 운동도 아니고, 음식조절도 아니고, 각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DNA 자체의 운빨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다이어트는 허무하다. 나도 이제는 체중과 뱃살의 집착에서 벗어나서 남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스스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먹고 행복하게 가끔 운동하고 지낸다. 체중감량에 한번 중독이 되면 다른 사람이 나를 피골이 상접한 좀비로 여겨도 나 스스로의 만족 때문에 내가 좀비라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몇몇 연예인 중에서도 특히 예전보다 심하게 살이 빠져서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보이고 인상이 안 좋아 보이는 데에도 계속 살을 빼는 연예인들이 그러한 경우이다. 그것은 다이어트 중독이다. 그것은 타인이 아무리 말해주고 말려도 고쳐지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 다이어트의 집착에서 벗어나, 오래 전 해골 같았던 과거 사진을 들여다보게 될 때 즈음에 깨닫게 된다면, 건강과 맞바꾸었던 집착이 없었기만을 빌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외모지상주의가 극으로 치닫는 시대에 다이어트는 모두의 꿈이 되어간다. 성형수술, 탈모치료, 키 성장주사, 보톡스, 지방흡입, 치아교정 같은 것들이 도처에 만연하고, 스마트폰, TV, 인터넷 등의 모든 미디어에서는 온갖 외모 변형의 시술과 요법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람의 내면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집착하는 시대. 이것이 다이어트라는 괴물을 만들었고, 마치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첨예한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현명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개인적인 다이어트 경험담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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