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프타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verback Dec 26. 2021

대화의 종류

  '대화'라는 것은 사람들 사이사이, 인물 간 인식의 교감을 풍요하게 해 주고 정보의 정확한 전달과 의도 및 주장의 근육을 탄탄하게 해 준다. 대화라는 것은 글과 달라서 입에서 귀로 전해지고, 뇌를 거쳐 다시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매우 역동적이고 양방향적인 기작이다. 대화는 그래서 1인 혼자서 완성할 수 없으며, 항상 주는 이와 받는 이 곧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별의별 대화가 다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혼자서도 대화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명이 모인다고 대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대화라는 것은 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말의 꼬리를 붙잡고 늘어지거나 말의 뒤에 숨거나 말을 가지고 장난치는 자의 계략에 걸려들게 되면 골치가 아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화의 몇 가지 종류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자세를 준비한다면, 쓸데없는 대화에 시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고, 상대방의 수준과 상태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대응하면서도 각자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1. 상대방의 응답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

어디에서 혼이 났는지, 아니면 어디에서 재수 없는 일을 당했던지 혹은 평소 말을 하지 않고 살거나 말을 들어주는 이가 없었던 삶을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토해해는 경우이다. 이러한 대화를 화자 중심의 대화라고 한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된다면, 일단 의도치 않게 무조건 말을 들어주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과 대응,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본인이 옳은 말을 하는지 옳지 않은 말을 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입 밖으로 혓소리를 내는 행위가 중요하다. 마치 뒤가 마려운 사람이 화장실에서 변기 속으로 자신의 배설물을 폭발시키듯, 언어 배설을 통해서 본인의 밀도 높은 감정의 응어리와 돌처럼 굳은 의식의 화석들을 부지런히 입 밖으로 꺼낼 것이다. 그러한 대화는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본인이 누군가의 양변기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2. 상대방의 자유로운 응답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이것은 말을 듣는 사람의 의견이 듣고 싶다거나 혹은 상대방 고유의 생각이 궁금할 때 진행되는 대화이다. 이러한 대화는 말하는 이의 의도보다는, 말을 듣는 사람의 의도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화를 청자 중심의 대화라고 한다. 그러므로 말하는 이는 듣는 이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자신 혹은 자신의 상황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설명하는 능력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대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다양한 사고와 인식의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만 간혹 어떠한 물건을 산다든지, 혹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른다든지 할 때 오로지 상대방의 의견만 구하는 결정장애의 대화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다.


3. 상대방에게 정해진 응답을 요구하는 경우

'답정너'라고들 하더라.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형식. 군대나 직장생활, 혹은 상하관계의 대화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 대화의 종류이다. 이러한 대화는 대답을 강요하는 쪽이 권력과 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다. 불평등한 상황에서의 대화는 인간의 자유로운 생각과 의식이 공유되기 어렵다. 오로지 행위의 이행과 결과만 따질 뿐이다. 이것은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 이것은 일종의 명령하달이며 독재이다. 사람의 입을 빌린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 부디 이러한 대화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혹시 1번과 1번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각종 선거시즌 TV토론회에서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ㅋㅋ


혹시 3번과 3번이 대화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자동차 접촉사고나 이익이 걸린 각종 다툼들이 해당될 것이다.


3번과 2번이 대화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 공부 문제로 싸우는 경우에 종종 볼 수 있다.


1번과 2번이 대화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친구로 보이는 두 명이 수다를 떤다면 대부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항상 누군가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고 누군가는 떠들고만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번과 3번간의 대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도 정신병원에서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가 해당되지 않을까...


우리는 2번과 2번의 대화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야 살맛 나지 않겠는가. 인간의 언어의 동물일진대 말이다...


대화로 골치 아픈 어느 겨울날의 넋두리.





매거진의 이전글 살빼기 전쟁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