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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n 30. 2022

희몽(喜夢)/비몽(悲夢)

  몸이 피곤하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매우 심할 때 참으로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나는 유난히 다른 사람들보다 심한 것 같다. 아마도 정신적으로 예민한 성격이라서 그런가 보다.


  단순히 몸만 피곤할 때에는 웃기고 재미나며 부조리한 꿈을 꾼다. 하지만 몸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심할 때에는 악몽을 꾼다. 아마도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들이나 집착하고 있는 생각들이 나를 죄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꿈은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적 거울이며, 그림자이다. 


  무언가 쫓기는 꿈같은 것은 평소 자신이 기한 내에 완수해야 할 것이 있다거나, 책임을 맡고 있는 일이 있다는 표시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맥락의 일상적 스트레스가 있으면 나의 경우는 반드시 그러하였다. 


  쫓긴다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사라지거나, 급할 때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면 절대로 찾지 못하게 되는 꿈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상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설정해둔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젊어서 내 집 마련과 가정의 미래에 대한 근심이 많을 때 악몽을 많이 꾸었다. 그러한 근심이 많을 때에는 일도 많아서 몸도 피곤할 때였으므로 정말 소설로 써도 재미나고 무서운 꿈들을 많이 꾸었다. 나는 절대 미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라서 꿈에 휘둘리는 경우는 없지만, 꿈이 사람의 정신적 흔적을 반영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꿈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분석하려고 하고 기억하려고 하다 보니 꿈에 나타난 하나하나의 의미가 나에게 또렷하게 다가온다. 꿈에서 등장하는 배경과 소재는 나의 일상과 하나도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꿈이라는 것은 '자면서 고민하는 정신의 모양새'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최근에도 재미난 꿈을 꾸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 먹고 몸이 피곤해지니 그러한 꿈들이 나타난다. 어쩔 때에는 낮잠을 자다가 너무 덥거나, 잠을 자는 자세가 불편하게 되어있어도 이상한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 


  꿈을 꾸면 항상 그것을 기억해내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꿈에서 잠시 깨면 다시 잠들게 마련이고 메모하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대부분의 꿈들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그래서, 나는 잠을 잘 때 주변에 메모지나 연필을 가까이 두는 습관을 두었다. 최근에는 작은 맥북을 하나 옆에 두는데, 잠들기 전 웹 서핑하다가 뚜껑만 덮고 자도 원할 때 언제든지 뚜껑만 열면 바로 타이핑이 가능하다.



  꿈보다 해몽이다. 좋게 생각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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