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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n 30. 2022

빗소리

  사람마다 소리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유난히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밤에는 발소리나 대화 소리가 있어도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에 귀마개를 하고 자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빗소리만큼은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비가 오면 잠이 잘 온다.


  어제도 올 들어 유래 없이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인지 빗소리에 간간히 천둥소리까지 들려왔으나, 샤워를 하고 아주 약하게 선풍기를 틀어놓고 컴컴한 침대에 누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창문을 10cm 정도 열어놓고 추적추적하는 빗소리와 콩콩 거리는 먼 천둥소리를 들으며 우기(雨期)를 즐겼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멍하니 집 안에 앉아서,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고 그 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를 보호를 받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지저분한 세상의 먼지와 해묵은 감정들과 자질구레한 것들이 씻겨나가는 해소의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반바지에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아주 커다란 우산을 들고 개천 주변을 다니는 것도 별도의 기쁨이다. 그럴 때에는 사람이 거의 단 한 명도 없고, 가끔 오리나 달팽이들만 마주친다. 그건 흐르는 개천이 주변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재작년에는 장마 때 그렇게 많은 비가 왔는데, 올해도 더울 때마다 비가 좀 콩콩거리며 내려 준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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