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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l 06. 2022

필름 가격

  오래간만에 카메라 필름을 주문하려고 인터넷에서 가격표를 보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원래 필름이라는 것이 이미 오래전 사양된 소재이기도 하고 물가변동도 있을 테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꼭 마치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 전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격이 비명을 지른다.


  이메일에서 오래전 주문한 필름의 내역들을 검색해보니 2010년에 주문한 코닥 Tri-X 400/36 흑백이 7,300원이었고 2019년에는 9,900 원이고, 2022 7 현재 14,500 원이다. 슬라이드 필름이야  전통적으로 워낙에 고가 필름이었였으니 이미 오래전부터 거의 찍지 않고 있지만 오늘 가격을 보니, 100/36 프로비아/벨비아 라인이 32,000  수준이다. 셔터  번에 1,000 원씩 날아간다.


  필름이라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반사한 빛을 필름 은염 코팅면 감광 층에 기록하는 직접적인 사물의 흔적이다. 이는 마치 누군가와 악수하고 난 후에 내 손에 남는 타인의 온도나 감촉, 냄새, 문신과도 같은 것이다. 필름은 디지털과는 다른 이치이며 외딴 세계이다. 디지털은 눈에 보이지 않고 전기신호가 없다면 그냥 사라져 버리고 마는 구름 같은 것이지만, 필름은 손으로 만져지고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사라지지도 않는 나무 같은 것이다.


  필름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행여 희소성의 문제로 사치품이나 명품의 일종으로 전락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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