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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프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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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Oct 02. 2022

골프를 좋아하십니까 3

  작년 1월 1일부터 골프를 시작하였으니, 거의 만 2년이 되어간다. 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운동. 오로지 '비즈니스'와 '생계'를 위해서 시작하였으며, 지금도 억지로 억지로 개 끌려가듯이 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하고 실력을 키운다. 나의 골프에 대한 의무적이고 지리멸렬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다. 하지만, 이왕에 비싼 돈 주고 가서 연습하는거 칠 때에는 열심히 휘두르고, 기분 좋게 고민하고, 안 되는 것은 철저하게 분석하고, 체력에 도움이 되도록 나 자신을 혹사시켜서 부쩍 실력을 늘리면서 정신 승리하고 되돌아온다. 


  초창기 왕초보일 때에는 누구나 그러하듯 내로라하는 티칭 프로나 투어프로들의 유튜브를 미친 듯 보고 따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레슨 프로의 명령을 성경처럼 맹신하면서, 오로지 시키는 대로만 하였다. 이것이 골프인지 X개 훈련인지 모를 정도의 맹목적인 복종으로 나의 갈급함을 설득하였다. 하지만, 비용 문제와 성격 문제로 인하여 곧바로 레슨을 그만두고 나서, 독학으로 근 2년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고 필드 경험을 쌓고 고민하고 실패하고 또 생각하고 나를 되짚어보고 다시 연습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골프의 근본이 완전히 다른 곳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생계이건 비즈니스이건 취미이건 호기심이건 혹은 그 어떠한 목적으로든 골프를 시작하는 왕초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골프 입문에 대한, 나의 작지만 매우 현실적인 잡설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초보라면 다음의 사항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골프는 멘탈이 51%, 기술이 49% 인 스포츠이다.

  초보들이 대부분 3개월, 혹은 6개월에서 1년 사이 열심히 연습하고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면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연습장에서 열심히 실력을 만들어놓았다고 판단하여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망신당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실전 라운딩을 나갔으나, 막상 스윙이 잘 안 되어 '뒤땅'과 '탑볼' 그리고 '쌩크'라는 3형제 때문에 서둘러 집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정수리까지 비집고 올라온다. 하물며 드라이버 슬라이스는 말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아무런 간섭도 없고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연습장에서 홀로 연습하는 것과, 옷을 차려입고 겉으로 보이는 장비를 갖추어 캐디와 멤버들의 시선을 받으며 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전자를 기술이라 하고, 후자를 멘탈이라 한다. 멘탈은 오로지 필드에서만 습득할 수 있다.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 식사, 차량 등의 금액을 합쳐서 생각해보면 웬만한 샐러리맨들에게는 정말 호사로운 스포츠인데,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과 멤버들의 기다림과 꿈같은 그린의 경치가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멘탈공격을 연습장에서는 경험해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골프는 연습장에만 미친 듯이 연습한다고 되는 게임이 아니라는 말이다. 멘탈이 기술보다 1%라도 더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술이 없어도 멘탈만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이 있어도 멘탈이 부족하다면 여지없이 곤두박질이다.


멘탈은 '객관성'과 '자신감'과 '겸손함'의 세 가지로 단련할 수 있다

  골프에서 멘탈이라 함은, 실전에서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온전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멘탈을 단련시키려면 꾸준한 연습으로 내가 정확히 객관적으로 어떠한 기술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만하거나, 혹은 운을 바라거나 하지 않고 아주 인색할 정도로 나의 실력을 인식하고 있다면 필드에서 실수가 나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된다. 또한 초보들은 멤버들의 시선이나 캐디의 응시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것은 자신감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필드에 나간 정도의 연륜이 있는 나이라면 인생의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 부분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내가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배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타인이 나보다 드라이버 OB를 많이 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보다 점수가 잘 나오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그것을 헤아리지 않고 내가 운이 없다거나 귀찮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 드라이버 하나하나, 고난도의 라이에서 빠져나오는 모습 하나하나, 어프로치 하나하나, 퍼팅 하나하나 모두 그들만의 수십 년 묵은 노하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초보시절 자신이 타인보다 나을 것 없다는 생각으로 겸손해지지 않으면 절대로 멘탈을 완성할 수 없다.


10년 이상 꾸준히 필드를 나가면 폼은 안 좋아도 점수는 잘 나올 수 있다.

  나는 직업상 수많은 협력업체와 같이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협력업체의 직원들이나 임원들이 100% 골프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골프를 배우고 나서 알게 되었다. 그러한 사람들과 골프를 같이 치다 보면 한결같이 그들 모두가 고수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대부분 폼이 엉망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창 골프를 정석대로 배우고 있는 나보다도 이상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점수는 발군이다. 특히 어프로치 할 때 거의 실패하는 법이 없다. 퍼팅은 가히 예술 급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 없이 많이 라운딩을 나가야 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실전경력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쁜 비즈니스 때문에 따로 연습을 하거나 레슨을 받을 시간이 없다. 그냥 필드로 나가는 것이 연습이요 경험이 것이다. 바로 위에서 말한, 기술보다는 멘탈부분이 집중적으로 습득되어 희한하게 점수가 잘 나오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로들의 유튜브 강의는 초보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초보에게 1%의 도움은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둘러 마음을 접기 바라는 마음뿐이다. 왜냐하면, 유튜브에서는 어떠한 동작의 그림과 결과를 알려줄 뿐 그 동작이 발생하게 된 기저와 촉발점과 원동력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유명한 투어프로가 임팩 직후에도 꼿꼿하게 땅을 쳐다보고 있는 사진, 스퀏 동작으로 살짝 무릎을 구부린 사진, 양팔을 쭉 뻗어 아름답게 피니쉬를 하고 있는 사진 모두 어떠한 근원적인 근육을 발동시킴으로 인한 부수적 흔적과 궤적일 뿐, 그러한 스틸샷을 보고 그 모양새만 그대로 따라 하여 흉내 내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티칭프로들의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하나같이 죄다 그러한 그림들을 보고 설명하고 분석하고 따라 하라고 가르친다. 나는 이것을 2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골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타인의 스윙 모션이나 사진을 볼 생각을 하지 말고, 본인의 몸속 관절과 근육들의 정체를 먼저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마치 회초리를 휘두를 때 어떻게 그 작은 나뭇가지가 별 다른 에너지 소모 없이 타인의 피부에 엄청난 고통을 가하는지, 마치 파리채를 휘두를 때 어떻게 그 보잘것없는 플라스틱 조각이 별다른 에너지 소모 없이 파리의 순간적인 회피 속도보다 빠르게 파리를 황천길로 보낼 수 있는지를 먼저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태어나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자전거 프로들의 유튜브 영상을 본다든지, 혹은 멋지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배우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론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물리학적으로 티칭프로랍시고 자전거 중심 잡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자전거 중심 잡는 법은 반드시 본인이 그 느낌을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그 누가 자전거에 올라서서 중심을 잡고 잘 타는 법을 언어로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골프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다만, 돈 냄새가 많이 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인간들이 주변에 많은 것뿐이다. 오로지 그뿐. 정말로 그뿐.


반드시 독학으로, 초반에 2~3년간 성실하게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훗날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다.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취미로 골프를 즐기고 싶고, 남들과 비슷하게 어울리면서 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만들고자 하는 초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다. 골프를 음식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건대, 만약 본인이 굶어 죽지 않고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고 싶고, 장수하고 싶다면, 음식의 다양한 메뉴와 그럴싸한 상차림을 받았다고 할 때 반드시 본인이 음식을 꼭꼭 씹어먹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프로들의 유명한 유튜브 영상이나 레슨 같은 것들은 음식의 메뉴와 상차림에 해당한다. 아무리 훌륭한 음식이 다양한 메뉴로 내 앞에 차려지게 되더라도 그 음식을 씹어먹는 행위가 없다면 그 사람은 영양실조에 걸리고 결국 굶어 죽는다. 레슨과 유튜브 영상은 어디까지나 메뉴이자 상차림이다. 음식은 먹으라고 있는 것인지, 보기만 하고 끝내라고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다. 상차림과 메뉴가 완전히 필요 없어도 음식만 알아서 잘 챙겨 먹는다면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상차림과 메뉴판만 재미나게 들여다보고 막상 음식을 꼭꼭 차근차근 씹어먹는 것을 망각한다면 그 사람은 오래살지 못한다. 몇개월간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골프는 정말로 하루 하루 개미 눈썹만큼 실력이 늘어나는 스포츠이다. 간단하게 일주일 정도만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후에는 본인이 스스로 고독하게 감수해야한다. 인내심이 없다면 절대 골프를 소유할 수 없다. 스포츠의 본질은 이집트 파라오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로들의 유튜브 강의가 필요한 경우는 따로 있다.

  프로들의 유튜브 강의들이 완전히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스스로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뼈에 사무치도록 단련하여 자신만의 노하우와 궤적과 힘 빼는 법, 다시 힘주는 법, 어떻게 해야 클럽에 가해진 힘이 손실 없이 볼에 전달되는지를 깨달은 다음에, 프로들이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그제야 비로소 그 레슨들이 이해가 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왜 그러한 레슨을 하는지 이해가 가고 고개만 끄덕여질 뿐, 그것이 연습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아, 그렇구나 그래서 이 동작이 나오는 것이구나' 하고 맞장구만 치게 될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이 본인의 모션에 미세한 지침은 줄 수 있다. 바로 그때, 레슨이나 유튜브 영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레슨이나 유튜브 영상은 어디까진 음식이 아닌, 상차림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가방이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에 사용한 드라이버는 초보 입문용 클리브랜드 제품이었다. 초보시절 첫 3~4개월간은 드라이버를 거의 잡지도 못했다가 이후 조금씩 개선시켜서 1년 되는 때에는 간신히 캐리 170 정도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후 우연히 테일러메이드 심2맥스 드라이버를 하나 마련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평균 캐리 200 정도이지만, 어느 날 지인들끼리 스크린이라도 해보면 클리브랜드 드라이버 정확도와 비거리가 더 잘 나오는 날도 있다. 아이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산 짝퉁 아이언으로 점수가 더 잘 나오는 날도 많다. 골프장비는 허세와 멋을 위한 용도이다. 다들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알기 싫어할 뿐이다. 만약 초보인데 장비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기거든, 필드에서 최소 90대 초반 타수를 만든 다음에 바꾸기를 권장한다. 내가 볼 때 플라시보 효과의 적정 점수는 91개다. 그때 장비를 바꾸면 89개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연습은 인도어와 실내연습장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GDR 같은 실내 스크린 연습장 설비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본인의 모션과 각종 스윙 분석의 수치들이 한눈에 파악되는데, 어디까지나 골프는 실제로 공이 날아가는 궤적의 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실내연습장에만 있지 말고 그물망이 있는 인도어 연습장을 가끔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내연습장은 스크린이 타석 바로 3M 앞에 있어서 타격의 메아리와 반응이 끊기는 느낌이 있다. 이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이러한 스윙 직후의 단절감은 스윙의 피니쉬와 피드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피니쉬를 연습해보기 위하여 열심히 실내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나서도 성에 차지 않아, 그날 저녁에 곧바로 다시 인도어 연습장으로 향하여 클럽을 휘둘러보니 임팩 이후의 궤적의 모습을 확인하는 나의 시선과 육체의 감각이, 실내연습장의 스크린에 막혀서 단절된 느낌에 머물러 있지 않고 보다 연장된 모션을 취하게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인도어는 공의 궤적과 함께 피니쉬가 연계되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실내연습장 또한 공이 닫히고 열리는 수치라든지 각도, 스피드도 측정이 되니 병행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스윙을 슬로모션으로 녹화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슈퍼 슬로모션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스윙을 슬로모션으로 찍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실내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의 리플레이 영상이 아무리 뛰어나도 프레임 높은 슬로모션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개선이 더디다. 자신이 어느 정도 모션의 변화가 생긴 것 같고, 한 단계 상승한 느낌이 있다면 반드시 삼각대나 특정 장치를 이용해서 휴대폰을 거치하고(혹은 타인에게 잠시 찍어달라고 하면 된다) 가장 프레임 높은 슈퍼 슬로모션으로 측면과 정면에서 녹하해보기를 추천한다. 사람의 신체라는 것이 뇌가 생각하는 것만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충분히 골반을 돌렸다거나 얼굴을 들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슈퍼 슬로모션을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동작을 바꾸기 위해서 얼마나 과감하고 크게 동작을 변형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측면과 정면, 정말로 둘 다 중요하다.


이론적인 것은, 자신이 느낀 성취감보다 후순위이다.

  골프 연습을 하다 보면 수피네이션이라든지, 핸드퍼스트, 배치기, 스쿠핑, 지면반력, 샬로윙, 훅, 슬라이스 등의 여러 가지 잡다한 이론과 소문들이 낭자하지만, 그것들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체가 억지로 힘을 들이지 않고 공을 기분 좋게 찰싹 때리는 느낌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누가 대신 설명해주거나 이행해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우듯 본인이 습득하는 것이다. 인내의 시간과 연습,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왜 안되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성실하게 다시 도전해서 반복하면 반드시 깨닫게 된다. 흔히들 티칭 프로랍시고 ~~을 모르면 10년을 쳐도 실력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협박하는 유튜브들이 많지만, 내가 볼 때에는 악질적인 거짓말이다. 5년, 10년을 타도 자전거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한 손 놓고 자전거를 탄다든지 묘기를 부린다든지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공갈과 협박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도 힘든 시대이다.



  처음 라운딩을 나갔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날씨가 상당히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마치 태양이 나를 향해서 칼을 들고 덤벼드는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골프장의 뫼르소가  느낌이랄까. 엉망인 점수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근육과 제멋대로 나가는 공의 궤적 때문에 나는 그날의 기억을 미친  삭제하려 했을 것이다. 내가  했는지, 스윙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작렬하는 태양과 목마름, 캐디가 건네주는 , 그리고 어쩌다 한번  맞아 그린에 크레이터를 만든 아이언샷 하나가 뇌리에 남아있다.  이후로, 악바리 근성으로  2년간 매일 매일 연습에 매진하였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는  모션이 나오지 않는지 고민하였고, 심리학과 철학과 물리학을 적용하며 공부하고 개선하고 반영하고 실행하면서 지냈다. 어느  너무 스윙이  되는 날이면, 마치 악마가 나의 스윙을 지켜보면서 약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럴 때에는 내가  악마를 놀리듯, 완전히 힘을 빼고 그냥 재미로 연습장에 왔다고 변명하듯, 그네 타듯이 설렁설렁 드라이버를 휘두르고는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 때마다 나의 스윙은 개선되었고 비거리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내가 있는 , 없는 힘을 죄다 때려 부어서 등짝과 옆구리에 죽을 만큼의 통증이 오고 아무리  힘을 줘봐야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져서 오히려 좌절스럽게 힘을 빼고 장난치듯 클럽을 휘두를   많은 것을 배우고  몸을 이해하게 되었다. 작년까지 100타의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던 나는 올해 겨우 두 자릿수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다시  자리 숫자의 점수가 되돌아  수도 있고, 심한 기복으로 고생할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도  가지  지겨운 골프를 부여잡을  있는 원동력은 점수가 아니라,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나의 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기쁨 하나로  비싼 혹을 달고 살고 있다.


  아마도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거나, 유산소 운동으로 웨이트를 해본 사람들이 있다면, 자기의 신체가 자기 자신과는 별개의 존재라는 묘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이라는 것이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육체는 나의 것이 아니다.  근육도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관절들도 나의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각자의 존엄한 물질과 습관과 보호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라는 독재자가 함부로 뇌를 통해 그것들에게 명령할  없다. 그것들은 절대 뇌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오로지 형이하학적이고 마초적인 지구중려콰 마찰력, 질량의 법칙과 외부환경의 순간적인 대응을 따른다. 내가 그러한 것들을 길들이는 방법은 오로지 그것들을 그러한 환경에 꾸준히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서 조련하는 것뿐이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돈의 악취와 자본의 논리가 스포츠를 잠식해가는 시기에, 육체의 원초적 이상향을 꿈꾸는 아재가 초보골프에 대한 잡설을 마무리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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