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고통스럽게 새겨 넣은 문신처럼
평생 지워지지도 않는 나의 유년시절 기억들은
이제 그 반복된 시기를 훌쩍 뛰어넘어
고등학생 나의 딸이 감당하는
인생의 오답노트처럼
또 다른 유년시절의 습작이 되어
동일한 문제지를 받아 든 나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 무엇을 욕심내고자 하며
그 무엇을 증오하고자 하는가
세대의 반복 속에 펼쳐지는
욕망의 재귀는
나태하고 게으른 '나'라는 사람에게
성선설의 신앙을 추종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 거의 다 왔다
신은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