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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

by Silverback


칼로 고통스럽게 새겨 넣은 문신처럼

평생 지워지지도 않는 나의 유년시절 기억들은

이제 그 반복된 시기를 훌쩍 뛰어넘어

고등학생 나의 딸이 감당하는

인생의 오답노트처럼

또 다른 유년시절의 습작이 되어

동일한 문제지를 받아 든 나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 무엇을 욕심내고자 하며

그 무엇을 증오하고자 하는가


세대의 반복 속에 펼쳐지는

욕망의 재귀는

나태하고 게으른 '나'라는 사람에게

성선설의 신앙을 추종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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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거의 다 왔다

신은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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