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세기말의 쓰레기장으로 점점 변모해가는
우리 딸내미의 방을 보면서
이 세상에 그 무엇이건 그대로 방치하고 놔두면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것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고 믿게 된다.
우리가 감촉을 통해서 만지는 표면,
우리가 후각을 통해서 냄새 맡는 향
우리가 시각을 통해서 보는 풍경
우리가 피부를 통해서 느끼는 온도
우리가 혀를 통해서 감지할 수 있는 맛
그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는 몰라도
그 어느 것이 좋고 나쁜지는 몰라도
그 어느 것이 우등하고 열등한지 몰라도
그 어느 것이 비싸고 값싼지 몰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가까이 가게 하고
멍하니 바라보게 하고
손을 뻗게 하는지
인지하고 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거리에
마구잡이로 핀 꽃들을 보면서
함부로,
감히,
그냥 방치해서 저절로 되어진 아름다움이라고는
단정하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무엇이 아름다움(美)이고
무엇이 추함(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