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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Mar 18. 2023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A장조, 3악장 '터키'

  177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궁정음악가로 있던 19세의 모차르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5개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혹은 '잘츠부르크 협주곡 5번'이라 불리고, 퀘헬번호 219번(K219)으로 분류된다. 특히 5번 협주곡은 A장조이며, 3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개의 악장은 각각 Allegro-Adagio-Rondeau의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특히 3악장 론도는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처음 들으면 그 질서 정연한 짜임새 속에서 모차르트 특유의 자유롭고 경쾌한 천재성을 체감할 수 있다. 3악장 론도는 그 속에서 다시 3부분으로 구별되어 흐른다. 


  3악장 초반부는 마치 초록이 풍성한 정원 가운데 서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듯한 경쾌함으로 시작된다.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고, 왠지 조금 달려보고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 갑자기 긴장되고 어두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터키 병사들의 진지한 행군을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장중하고 무겁지만, 역시나 틀이 잘 갖추어져 있다. 달리는 말들이 일제히 바람을 일으켜 주변의 풀들을 힘껏 누르는 듯한 힘이 느껴진다. 흔히 '터키(Turkish)'라고 불리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다시 푸릇함과 경쾌함을 회복한다. 주파수가 요동치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어서 3 부분의 흐름이 커다란 하나의 주제로 통합되며 마무리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10분이 채 안되는 시간 속에서, 당시 잘츠부르크 지방의 분위기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잘츠부르크 협주곡을 연주한 바이올린 대가들은 수 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연주는 역시 메누힌(Yehudi Menuhin)과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이 완성한 빈(Wien) 심포니 협연의 1966년 작품이다. 레코딩 용으로 만들어졌다. 영상감독은 조지 클루조(Georges Clouzot)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미 그 이전부터 세계적인 지휘자로 군림하던 카라얀은 항상 나치 이력이 문제가 되고는 하였는데(물론 그가 여러 방면으로 해명하고 사과를 하였다고 하지만), 유태인 계통이었던 메누힌이 카라얀의 능력을 인정하고 과거 이력을 문제 삼지 않은 채 기꺼이 협연하여 화제가 되었던 연주였다. 메누힌의 인품과 겸양, 카라얀의 절도와 카리스마가 시너지를 내며 돋보이는 부분이다. 


  고풍스러운 궁전 실내에서 촛불을 배경으로 한 채 흑백으로 완성되는 이 고전적인 연주는 클래식의 품격과 격조를 여지없이 상승시킨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연주를 들을 수 없다. 어쩌면 이 연주는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최대한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버텨냈던 노고의 흔적 같기도 하다. 흠잡을 곳 없는 두 거장의 역사적인 협연의 배경 내용을 생각하면서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yMQmdYr4_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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