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래, 바이올린 하고는 다른 것이겠지. 오늘 자세히 들어보니, 뭐 일종의 비유를 하자면 바이올린은 어깨에 걸치고 연주를 해서 그런지 음파가 공기 중을 파고드는 빠르고 날카로운 느낌이고, 챌로는 바닥에 고정시키고 연주해서 그런지 음파가 지면을 타고 올라와 상승하는 무겁고 힘 있는 느낌이다. 보다 장엄하고 도전적인 느낌의 음악 같은 경우에는 첼로로 들으면 더욱 좋으려나. 오늘 처음 들었던 원민지 연주자의 코다이 첼로 소나타가 딱 그러한 느낌이었다. 이로써 클래식 문외한은 오늘도 귀중함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음악감상에는 연주자의 에토스가 중요했다. 그녀의 연주기술이 파스토였다면, 선별곡은 로고스였고, 그녀의 말(言)은 에토스였다. 다소 낮고 안정된 목소리, 차분하고 느릿한 어조, 편안한 표정 기복 없는 뉘앙스. 문학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다. 모든 문화예술분야의 마에스트로들에게 공통된 것. 바로 아티스트의 에토스. 이 작고 어린 아티스트의 정연한 설명과 겸양의 어조 속에서, 이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뇌섹의 힘이려나.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그녀의 연주는 가슴속에서 계속 맴돈다. 오늘 나는 그녀의 완전한 팬이 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중, 원민지 연주 부분 링크 (1:44:27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