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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Sep 01. 2023

격(格)과 치(治) / 민경조 / 2014

인생의 격을 높이고 현자의 치를 터득하다

당분이 많이 든 음료와 짠 반찬을 먹었는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질렸는가. 그렇다면 물을 마셔라.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물을. 이것저것 다 경험해 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돌고 돌아온 이에게 필요한 것은, 값비싼 영양제도 아니고, 고급스러운 침대도 아니다. 그냥 앉아서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무그늘이다. 순수한 물과 시원한 나무그늘. 연륜이 쌓이고 풍부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주 단순한 것이 왜 절실해지는지 체감하게 된다. 튜닝의 끝판왕은 역시 순정이다.


제자백가의 수많은 명문들 중에서, 너무 단순하고 상식적이어서 놓치지 쉽고 무시해 버리기 십상인 격언들을 모아둔 책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오로지 표지에만 겉멋을 들인 상품과는 달리, 다이어트를 하고 기름기를 빼서 담백하게 현인들 본연의 인문학적 향을 간직한 책이다. 물론 실천은 본인의 몫이지만.


우리가 평범하고 지겨운 일상의 충언들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는 인생이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한 달은 30일이며, 1년은 365일이다. 매 시간 한 번씩 미소를 짓고, 매일 일기를 한 편씩 쓰고, 매달 여행을 떠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풍요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생의 비결이, 반복되는 일상의 꾸준한 유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비법을 터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열쇠이다.


성현들의 말씀을 꾸준하게 음미할수록, 인생의 시야가 넓어지는 듯하다. 어제 싸웠던 일도, 오늘 분노했던 마음도 모두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후회가 밀려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한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싯돌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니 그 세월이 얼마나 길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다투다니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 채근담


일상의 작은 진리가 모여서 인생의 커다란 자양분이 되고, 타인을 배려함으로써 자신이 높아진다. 의(義)를 먼저 추구해야 이(利)가 따라오는 법이고, 환란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야 진실한 사람이 보이는 법이다. 자신의 입을 지키면 불필요한 실수를 막을 수 있고,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의 조언이라도 필요하다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흘려보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무릎을 치면서 탄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날이 갈수록 세상은 설탕과 소금, 갖은양념과 장식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생은 제로섬 게임. 부풀린 대로 쪼그라들고, 보탠 만큼 줄어들게 되어있다. 익숙한 것, 당연한 것, 시시한 것, 보잘것없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고 음미하라. 매일 반복되어 눈에 안 보이는 것, 성격과 맞지 않아 불편해서 치워버렸던 것, 촌스러워서 감추어두었던 생각들을 곱씹으라. 가만히 응시하라.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라. 그 이후 그것의 본 뜻을 끄집어내라. 그때 비로소 진리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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