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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Apr 21. 2024

거리(distance)

우리가 달을 보며 감정을 갖는 것처럼

태양의 영향력을 느끼는 것처럼

지속적이고 불변하는 에너지를 공유하는 관계는

변하지 않는 거리에 기인한다


아무리 가까워도 일정하게 떨어진 거리가 유지된다면

관계는 존경의 위계를 갖는다

아무리 멀어도 적절히 다가온 거리가 유지된다면

관계는 친밀의 정서를 갖는다


하지만, 거리가 계속 변화한다면,

달과 태양이 점점 지구와 가까워지거나

혹은 점차 멀어져서 종국에는 지구의 파괴를 가져오듯

안정적인 관계는 보장하기 힘들다


예컨데,

급격하게 가까워진 친구관계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그런 것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가까워지면 결국 충돌한다


이는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후퇴를 부추기지 않는다.

오히려,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

부지런히 계속 달려야 한다는 붉은 여왕의 우화는

맘춘것으로 보이는 불변의 거리감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건과 운동포함는지를 깨닫게 한다


타인과 당신 사이에 접촉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면, 만일 당신이 타인과 동일 평면상에 있게 된다면 어떤 결과에 이를 것인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이 경우처럼 긴밀할수록 더 부질없다 (카뮈를 추억하며 / 장 그르니에)


사랑한다면,

혹은 소중히 여긴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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