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깊은 동맹을 맺고 있는 천재 화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어떻게 끝이 나는가. 이승과 저승, 만남과 이별, 몰락과 상승의 경계선에 마치 발자국처럼 남겨진 화가들의 명작을 감상하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가.
미술작품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로 유명한 이유리 작가의 오래전 명저를 이제야 접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술사의 대가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일상의 다채로운 사건들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림은 화가의 언어이고, 죽음은 그림의 완성이다. 그들이 그렸던 것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이었으며, 사랑이었고, 이상이었다. 한 사람의 일생이 단 하나의 장면, 그림 속에서 말을 걸어온다는 것은 그것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생각하고 반추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백을 선사한다.
아내와 생이별을 해야 했던 이중섭이 다시는 상봉할 수 없는 가족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 생의 끈을 놓기 직전의 아내를 바라보며 그린 에곤 실레의 스케치, 아들과 손자를 잃고 통곡하듯 그린 케테 콜비츠의 판화, 신과 죄를 거래하면서 고통스러워했던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까지, 재능을 선물 받은 대가들의 마지막 몸부림은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작품이 되어 마치, 아직은 이 세상의 끈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그들의 희망을 보여주듯 오랜 시간을 견디며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들을 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랑과 고통, 실패와 환희의 드라마가 녹아들어가 있어서 즐거운 독서였다. 단순한 책 읽기로 끝나지 않고 시간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독서는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사람의 인생을 다루고 있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