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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May 24. 2024

집착

사람이건 사물이건

그 안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왔던 길로 되돌아갈 길을 잃게 된다


어딘가에 정을 주고 싶고

무언가에 연관되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갖지 못한 것,

흔하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소유하고 

점유하고

수집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안다


그 소유의 순간이라는 것은

매우 뜨겁고

묘하게 고통스러우면서도

기쁘기도 하면서

또한 괴롭다는 것을.


내가 원했던 것이 내 손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악마의 발동이 걸린다

나는 매일매일

그것을 들여다보고

분해하고

상상하면서

그 속으로 아주 깊숙하게 계속 들어가게만 되는 것이다

정지, 휴식, 관조의 현상은 사라져 버리고

지속, 진행, 연쇄의 본능이 기어 나오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미시세계와의 싸움이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흠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의심이 생겨난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불만이 자리를 잡는다


그것들은 점점 크게 다가오며

잠을 잘 때에도 생각이 나고

꿈에도 출현하며

급기야

일상에서 그 일들이 현실화되고야 마는 것이다


순백의 표면을 가진 도자기 표면에 생긴 작은 흠

장인들이 두드리고 펴서 만든 가죽 핸드백에 생긴 티끌

조금만 높았으면 좋았을 콧등

약간 기울어서 자라고 있는 나무

그리고

사랑스럽고 완벽했던 친구에게 생긴 작은 실수


전체를 이루고 있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면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 속에 아주 작게 자리 잡은 그 단점만을 바라보면서

온종일 괴로워하고

어떻게든 지워보려고 하고

안절부절못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 가득 간직하고 끌어안는다


바로 그 순간 멈추어 생각해 보라,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들어왔기에 이제 나갈 길을 잃어버렸는가

도대체 나는 무엇을 원했던가

내가 진정 갖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렇게 소유의 심연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그 악마가 거꾸로 당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교수행에 발을 들인 '아잔 브라흐마'는

수련 초기시절 자기 손으로 직접 절을 지으면서

1000장의 벽돌로 벽체를 반듯하게 만들고 난 후,

그중 2장의 벽돌이 어긋나있음을 알게 된다.

'아.... 이 벽체를 허물어버리고 다시 짓고 싶다.....'

그는 일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당혹스러워했고

신경을 곤두세웠으며,

그 벽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신경 썼다

그러던 중 그 절을 찾은 방문객이 한 말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자신에게 심술이 난 아잔 브라흐마가 한 말

"선생님 저 벽체를 망쳐놓은 벽돌 두 장은 안 보이나요?"

하지만, 방문객이 가볍게 다시 되돌려준 말

"물론 어긋난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 올린 998개의 벽돌도 보입니다."


집착의 심연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와 있게 된 것을 어느 날 스스로 눈치챌 날이 온다

그러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대상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서

그 입구를 조금 멀리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바라보면서

부분보다는 전체를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그 대상 자체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은

내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흠 없는 도자기가 아니라

아름다운 도자기라는 것

곧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이쁘게 자라는 나무라는 것

실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


현상은 가치의 일부일 뿐이다

집착은 현상을 노린다

가치를 쫓으려면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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