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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May 25. 2024

가시

좋은 기억은 화려한 기쁨을 주기 때문에

휘발성이 높다

석유에 붙은 불이 엄청난 에너지를 내고 사라지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안 좋은 기억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살을 파고든 가시처럼

통증을 일으킨다


손가락에 박힌 가시는 웬만하면 쉽게 빠지지만

마음 속에 박힌 가시는 웬만해서 잘 빠지지 않는다

가시가 빠지고 난 손가락의 상처는 잘 낫지만,

마음 속 상처는 도무지 낫질 않는다

손가락의 상처는 살이 채워지면서 사라지지만

마음 속 상처는 살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로 계속 덮어서 가려야 한다.


마음 속 상처는 고여버린 액체와 같아서

덮어두고 지내면 염증이 생기고 썩는다

마치,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 둔 흙에 곰팡이가 피는 것처럼

그 상처 주변에 아무도 드나들지 않고

아무런 빛도 비추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썩고 변형되어 몸에 병을 일으킨다


마음의 상처는 급기야, 씨앗이 되어 뿌리를 내린다

그 뿌리는 온 몸과 정신을 파고들어간다

그리하여,

일상의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시간의 순간순간에 본성을 드러낸다

그것은 좋은 기억들까지도 잠식해버리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하루종일, 1년 내내

혹은 십수년,

어쩌면 평생을 괴롭힐 수도 있다


혹시라도 운이 좋아서,

그 가시를 일찍 발견했다면

살을 찢는 고통을 무릎쓰고

사정없이 뽑아버려야 한다


만약, 가시를 뽑았어도

아주 깊게 상처가 남았다면,

지체하지 말고 

여러 사람들의 위로와 대화의 연고로 발라주고

다양한 경험과 여행의 통풍으로 건조시켜줘야한다.


만약 최악의 경우 가시의 뿌리가 내렸다면

큰 마음을 먹고

그 부분의 살을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


마음 속 가시는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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